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2022년 5월 10일 0시를 기해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새로운 시간 위에는 새로운 역사가 쓰여져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에 의거, 오늘 윤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해 선서하는 선서문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당선 후 오늘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헌법가치의 실현’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다며 누차에 걸쳐 헌법 준수를 강조하곤 했다. 

필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취임 초기의 각오, 즉 초심을 잃지 말라고 새로운 정부에 당부하곤 해 왔다. 정치인들은 너나 없이 선거기간에는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온갖 거짓과 위선도 마다하지 않고 공약을 쏟아내곤 한 게 우리 정치풍토다.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새 정부가 내건 공약(公約)은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결코 공약(空約)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우리 헌정사(憲政史)를 되돌아보면 권력구조에 있어 제헌(制憲) 당시부터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의 양극을 두고 방황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 국가다. 오늘 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서한다. 헌법 가치를 잊은 대통령은 하나같이 하산길이 안전하지 못했다. 익히 주지하는 사항이지만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막대하다. 새 정부 출범 첫날을 맞아 대통령의 헌법상 지위와 책무를 간략히 언급해 본다. 

대통령은 헌법 규정에 따라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통령에 관해 다음과 같은 조항을 명문화하고 있다. 제66조 ①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 ②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③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④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고 규정한다. 이어 동법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 공포권(53조), 중요정책 국민투표 부의권(72조), 조약을 체결·비준, 외교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 선전포고와 강화권(제73조), 국군 통수권(74조), 대통령령 제정권(제75조), 긴급명령권(76조), 계엄선포권(제77조), 사면권(제79조) 등등이 그것이다. 상기에서 보듯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 아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국정 운영에 실패한 역대 정부를 보면 취임선서 당시의 초심을 잃고 독단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망각하고 마치 제왕적 대통령으로 착각, 군림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한 정부로 역사에 기록되곤 한 정부가 한둘이 아니었다. 

오늘 출범하는 새 정부의 슬로건이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 한다. 멋진 문구다. 이처럼 산뜻한 문장에 흠이 가지 않도록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 새 정부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의무가 있다. 오늘 헌법을 준수한다고 선언하는 윤 대통령이다. 다시 언급하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잘 실현하는 것이 맡겨진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여러 번에 걸쳐 ‘헌법 가치’를 강조하곤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탈(脫) 인왕산 청와대’다.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 2대에 걸쳐 청와대 출입 경험이 있는 필자로서 춘추관에 대한 소회가 없을 수 없다. 노태우 정부의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과 한중 수교,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일에 맞춰 개방한 청와대 앞길 통행 조치와 절대 권력의 상징이던 궁정동 안가 철거 등등.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의 국회 인준이 없는 상태 하에서 국무위원 내정자들까지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반쪽 내각으로 출범한 오늘 윤석열 정부 내각이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새 정부를 이끌어 갈 인사가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하겠다. 모쪼록 새로이 용산시대를 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