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비’라고 하면 흥부전에서 흥부의 가족들에게 행운의 박씨를 가져다 준 새를 떠올린다. 정초에 제비가 씨를 물어다 주는 꿈을 꾸면 한 해 농사가 잘 된다는 속설이 생길 정도로 제비는 풍요로움과 행운을 상징한다.

하지만 예상 외로 제비가 모든 곳에서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를테면 인천시 남동구 소래어시장에 날아든 제비들이다. 새끼 제비는 배변을 많이 하는 등 위생을 해칠 우려가 큰데, 이 때문에 시장 상인들은 제비 둥지를 부숴 버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소래어시장에 도래한 제비들과 상인 간 공존을 위한 인식 증진 활동에 발 벗고 나선 고등학생이 있다. 인천논현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오지윤(18)양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시작한 ‘저어새 작은 학교’ 활동 이후 현재 기후변화지표종인 제비의 생태조사를 꾸준히 한다. <사진>
오 양이 제비 조사에 몰두한 계기는 인천동방중학교에 다닐 당시 선생님의 권유 덕분이다. 저어새 등에 관심을 가졌던 오 양에게 선생님이 제비 조사를 제안했고, 중학교 1학년 때 친구 2명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어 본격적인 조사를 하게 됐다. 이때 제비를 실제로 처음 만났고, 진지하게 활동하고 싶어 조사 방법부터 제비에 대한 기초지식까지 차근차근 쌓아 나갔다.

오 양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주말에 조사를 나가곤 했는데, 시장은 주말에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싫어하는 상인분들이 많아 조사가 순탄치 않았던 기억이 난다"며 "또 조사를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 역시 진로를 다른 분야로 바꾸고, 함께할 다른 친구들을 찾지 못해 홀로 조사를 다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 양이 제비 조사를 놓지 못했던 이유는 처음에는 귀찮아했던 상인들의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뀜을 느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는 시기가 늦춰졌고, 오 양에게는 주말이 아니더라도 시장에 제비 조사를 나가도 되는 좋은 조건이 됐다. 그렇게 1년을 시장에 나가며 제비의 긍정적인 역할과 공존해야 하는 이유 등을 열심히 설명했고, 점차 상인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오 양은 "고등학교 2학년 과학전람회 준비를 하면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제비를 관찰하러 다녔는데, 처음에는 둥지를 부수던 상인분들도 이제는 ‘제비는 언제 오느냐’고 물으시며 기대를 넘어 애정을 보여 주셨다"며 "4년간 제비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부분이 빛을 본 듯해 뿌듯했고, 상인분들과도 더 돈독해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오 양은 소래어시장에 날아드는 제비의 긍정적인 부분을 홍보해 시장도 알리고 경제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이제는 상인들이 함께해 주는 만큼 소래어시장 제비 소개나 ‘제비와 함께하는 가게’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오지윤 양은 "폭염이나 긴 장마 등 기후변화로 제비의 도래 시기가 점차 빨라지는 반면 개체 수는 감소한다"며 "환경적인 이유로 개체 수가 줄더라도 인위적인 이유로 둥지 수가 줄어드는 일은 없도록 제비와 공존하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적극 알리고 상호작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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