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주변 지인들을 상대로 생태수업을 할 때 내가 먼저 실천해야 남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한다고 여겨 환경보호를 생활화합니다. 인스턴트 음식 지양하기, 손수건 쓰기, 세제 줄이기처럼 나 혼자만이라도 노력을 보태다 보면 뭐라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권명옥(73·여·사진)씨는 인천 지역사회에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생태강사로 활동한 베테랑이다. 2008년 퇴직 후 아파트 게시판에서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이 생태안내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우연히 본 뒤 본격적으로 생태교육자로서 새로운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은 서구와 미추홀구·부평구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마을공동체 조직이다. 2014년부터는 ‘가좌마을 신나는 공간’을 통해 지역 활성화의 중심 커뮤니티 역할을 맡아 주민자치 활동에 앞장선다.

특히 호봉산생태학교를 중심으로 2008년부터 주민들의 쉼터가 되는 마을 숲을 보전하고 가꾸는 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 이곳에서 생태안내자는 풀꽃 이야기와 새 이야기, 나무 이야기, 곤충 이야기 등 각 분야에서 양성교육을 이수한 뒤 지역주민들에게 숲 가꾸기와 숲 안내 활동을 한다.

권 씨는 생태학교에서 나무이야기 과정을 이수한 뒤 매주 생태 안내와 숲 지키기 활동을 해 왔다. 숲을 방문한 주민들에게 산속에서 흔히 보이는 식물들도 알고 보면 제각각의 이름이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곤 한다. 교육시간 외에도 스스로 산을 방문하며 식물 공부를 했더니 어느덧 ‘돌아다니는 도감’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다.

생태학교에 오래 몸담다 보니 호봉산 곳곳에는 권 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매년 3월 봄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호봉산 입구에 있는 하늘샘 연못을 청소한다. 이곳은 새와 동물들의 휴식처이자 양서류들이 서식지로 삼기 때문에 겨우내 하늘샘에 쌓인 낙엽과 나뭇가지들을 치워 줘야 한다. 이후 연못에 방문하는 동물들을 모니터링하거나 나무를 심기도 한다. 권 씨는 현재까지도 주기적으로 산을 방문해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운다.

권 씨는 2014년부터 가톨릭환경연대에서 운영하는 ‘민들레·푸르니’ 어린이 환경탐사단의 강사로 활동했다. 올해부터는 가톨릭환경연대 탐조단에 가입해 용현갯골에서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 범위를 점차 넓혀 갈 예정이다.

권 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은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생태계위기에서 비롯됐고, 우리가 환경을 계속 파괴한다면 지구 생명의 지속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환경보호 실천이 어려운 일,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길 바란다"고 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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