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의 전쟁터에서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으나 특히 먼지가 일어나는 형상과 적의 사자가 보이는 태도로 판단하는 것이 대표적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먼지가 높이 피어오르며 끝이 뾰족하면 적의 전차들이 이동하는 것이고, 먼지가 낮고 넓게 퍼지면 보병들이 이동, 먼지가 흩어져 쭉 뻗으면 적이 때나무를 하고 있는 것, 먼지가 적으면서 이리저리 흔들리면 군영을 만들고 있다는 식이었다. 이때 적군의 사자가 와서 의외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 예를 갖추는 건 이쪽을 무서워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공격하려는 조짐이라는 것이다. 되레 강경하게 떠들고 우쭐대면 이는 후퇴하려는 속셈. 손자는 이런 판단법을 말하면서 화의를 청하는 것이야말로 음모가 숨어 있다고 봤다.

국제 정세가 날로 긴박해지는 때일수록 상대의 겉모습과 태도를 보고 오판하기 쉽다는 걸 지도자들은 명심할 일이고, 곧 있을 선거에서 후보자들의 태도를 보면서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일을 해 나갈지 헤아려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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