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중국 한나라 3대 문제(文帝) 때 가의(賈誼)라는 훌륭한 신하가 있었는데, 나라가 내분과 혼란으로 파국에 직면했을 때 그는 왕에게 한 가지 헌책(獻策)을 했다. 과거 하(夏), 은(殷), 주(周)를 거쳐 진(秦)나라까지 그 명멸했던 사실을 일일이 들춰 가며 "전거(前車)의 복철(覆轍)은 후거(後車)에게 매우 긴요한 계율이 되며, 앞서의 교훈을 깨닫고 느끼지 못해 또다시 어리석음을 범한다면 우리 한(漢)나라 역시 그 전도가 암담하니 모든 것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한다"라고….

우리가 흔히 전철(前轍)이라고 줄여 표하는 이 말은 요즈음 같이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태에서는 일단 되돌아보고, 수정해서 보완하며 개선해 나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싶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깨우쳐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 사회, 국가 등 모든 구성체의 역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럴 때의 ‘과거를 안다’는 것은 ‘진단’을 한다는 뜻으로 풀이해도 무리는 없다. 

조직과 그 조직 구성원이 잘 되고 잘못된 점을 파악, 조정해 고쳐 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사실상 상당히 어렵고, 일면 두려운 점이 없지 않다. 스스로의 잘못된 점이나 오류 등을 파악해 시정해 나간다는 ‘자가진단’이 그리 간단하게 생각해 해결할 문제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가 결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 없는 나름대로의 ‘정당성 확보’에만 급급하다 보면 그것 역시 조직 전체에 보이지 않는 흠집만 더 크게 남기게 된다.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아니함’을 허물이라고 하며, "자신을 알아야 남을 이긴다"라는 옛말도 있다. 내 자신, 내 조직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 자신부터 시작해 고치려고 하는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지나치게 규범에 동떨어지고, 또 주변에 누를 끼치는 일이라면 스스로를 다독여 수정·보완·개선해 건강한 관계자산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뒤돌아보고 더 잘 해 보려는 의지, 그리하여 보다 잘 해 보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새로움은 언제나 지난 것으로부터 배태되고 생성되는데, ESG 역시 나중에 한번 생각해 보자라는 것으로 접근해서 안 된다. 투자자의 관점으로 시작됐지만 우선 당장 "우리 회사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남이 아닌 내가 내 자신을 살펴보고 진단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ESG 경영 기본틀이 본격화된 초기 단계에서 세팅되고 현장 적용 가능한 학습과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 바로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의미를 고쳐 가야 한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고 과제이며 성장의 길이다. 내 자신, 내 회사, 내 주변에 이런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 자신부터 시작해 고치려고 하는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다른 회사는? 다른 기관은? 이런 식의 상황인식이면 ESG에 대한 기본 가치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AI시대, 4차 산업은 이미 모든 영역에서 좌표로 생성되고 방향성에 동의를 구한 상태다. 기술적인 환경문제로는 홍수나 가뭄 하나 제대로 잡을 수 없고, 꿀벌의 웅웅거림도 더 이상 확대재생산해 낼 수 없는 지경에 다달았다. 자본의 성장과 수익의 증대가 지금까지의 경영요체로 기업 평판, CEO의 역량을 좌지우지했다면 이제는 과거와 다른 문제의식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자신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 ESG에 대한 기능적 면만 바라보며 등급이나 평가 점수에 연연하기보다 리스크 방지와 존중받는 가치지향이 우선이라고 본다. 지금 바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ESG 그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고 시급하다. 가치는 주는 사람이 느끼는 게 아닌, 받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관, 고객이 그에 대한 가치를 느끼는 순간 ESG는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껏 열심히 달려온 길을 한번쯤 뒤돌아보며 조정하고 분석해서 ‘보다 나은 내일’의 진정한 가치가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답해야 한다. ESG는 ‘보이지 않는’ 경영철학이나 경영마인드 같은 소프트 스킬로 이해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본다. 우선순위를 전하고 기준을 마련하면서 과정에 대한 내용을 새롭게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EGS 경영은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하는 ‘자가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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