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문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장
권문주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장

개항 후 서양 문물이 처음 도입됐고, 해 질 무렵 시커먼 갯벌에 떨어지는 황홀한 낙조를 감상할 수 있으며, 그리고 서울 등 수도권을 관통한 한강이 긴 여정을 마친 후 최종 종착지가 바로 해양도시 인천이다.

그러나 최근 간척사업 및 매립 등에 의해 관광지와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이로 인해 갯벌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염생식물의 보금자리, 철새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좋은 놀이터였던 그 갯벌을 생각하면 가끔씩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지난해 7월 유네스코는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고,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인천 갯벌을 2025년까지 유산구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대 연구팀의 201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갯벌은 탄소 1천314만t을 머금고 있고, 매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 중 인천 갯벌의 유기탄소 저장량은 492만3천784t으로 전체의 38%에 이른다고 한다.

강화도를 포함한 인천 갯벌은 수도권 일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바다의 허파 역할을 하며, 또한 다양한 철새들의 이동경로이자 중요한 서식지이다. 국제 관문도시인 인천 서쪽에 송도·영종도 그리고 강화도 동막리·장화리 등에 드넓은 갯벌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송도갯벌은 2009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일 뿐만 아니라 저어새 등이 매년 둥지를 트는 곳으로 생태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갯벌은 항로 준설토 매립 및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한강하구와 인접한 강화갯벌은 어떤가? 

총면적 353㎢가량의 방대한 면적으로 조수간만 차가 큰 반면 해안경사가 완만해 최적의 갯벌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체는 인천·경기·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갯벌은 이렇듯 오염물질의 자연정화 생태습지,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탄소 저장고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들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가 필요하다.

인천시는 중앙부처와 수도권 3개 지자체가 공동 참여한 한강하구 생태·환경 통합관리 협의회 운영 및 인천 한강하구 포럼 개최 등 다각도로 통합 물관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해양수질측정망 대표 지점을 선정해 유기물 및 중금속 등을 분석해 인천 앞바다의 오염 추세를 매년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갯벌의 입도성분(sand-silt-clay)을 조사해 퇴적 구조를 파악하고 게르마늄, 셀레늄 등 건강영향물질을 확인한다. 또한 부영양화정화지수를 활용해 오염 퇴적물의 정화·복원 범위 산정 등 갯벌환경의 효율적 관리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갯벌은 개발이란 이름 아래 끊임없이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다. 하루 두 번 어김없이 밀물과 썰물이 찾아와 갯벌의 고운 표면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 과정에서 각종 미생물은 인간이 만든 오염물질을 정화시켜 바닷물을 깨끗이 보전한다. 

인구 증가 및 도시 팽창 등으로 개발이 불가피하다면 우리 모두는 갯벌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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