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장정구 인천광역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 인천에는 국제공항이 있고 갑문의 내항을 비롯해 연안부두, 남항, 북항, 신항, 경인항 등 항만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제1경인고속도로와 제2경인, 제3경인, 수도권제1순환과 제2순환, 공항고속도로 등 고속도로들이 있다. 철도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전철과 수도권 7호선, 인천지하철 1호선·2호선, 수인선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하는 게 맞다.

인천은 교통과 물류의 도시다. 항만과 공항에서 시작되는 고속도로에는 대형 화물차량들이 쉴 새 없이 지난다. 화물차는 승용차에 비해 소음도 크고 매연 배출도 많다. 특히 출발과 가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매연은 압도적이다.

제3차 인천광역시 기후변화대응 종합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인천의 승용차는 138만 대가 넘고, 화물차도 19만 대가 넘었다. 부문별 최종에너지 소비량에서 수송 부문이 42%로 가장 많다. 산업 부문은 39%, 가정상업 부문은 16%다. 에너지원별로 보면 석유류가 약 70%로 압도적인 1위다. 전력은 15%, 도시가스는 11% 수준이다. 인천의 탄소중립은 수송 부문을 빼놓을 수 없음이다.

수송 부문의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항만과 공항을 드나드는 선박과 항공기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운항하고 비행할 때뿐 아니라 정박하는 과정에서도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에너지 공급 방식과 연료의 전환은 물론 항만과 공항의 유휴 부지와 배후 부지도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고속도로 노면과 상부, 방음설비도 마찬가지다. 수송 부문의 탄소중립도 결국 인천에서 시작하고 완성해야 한다. 우선 중장기적으로 교통체계를 도로 중심에서 철도와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기와 수소 등 친환경 교통물류수단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 승용차 통행량을 줄이고 자전거, 개인용 모빌리티, 드론 수송 등 무탄소 이동수단도 활성화해야 한다.

올해 큰딸이 중학생이 됐다. 걸어서 다니기에는 학교가 멀었다. 시간 절약을 위해 자전거로 통학하겠다는 말에 기특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자전거도로는 여전히 단절 구간이 많고 인도 겸용이라 보행자들을 피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좌우를 잘 살피라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간혹 질주하는 승용차들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더 위험했다.

15년 전쯤 독일과 네덜란드로 자전거 등 유럽의 녹색교통을 견학한 일이 있다. 골목길에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주민의 뒤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뒤따르는 자동차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전용도로로 줄지어 지나는 자전거 행렬, 자동차와 똑같이 교차로에서 대기했다가 전용신호에 따라 통행하는 자전거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오후 8시가 넘어서자 도시 대부분의 불이 꺼지는 광경도 가히 문화충격이었다. 

지난해 영종도 순환 자전거도로가 만들어졌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1995년 자전거이용활성화법률이 제정되고 신설 도로의 자전거도로 개설이 의무화됐다. 제법 많은 자전거도로와 거치대가 생겼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많은 자전거도로가 생겼다. 그러나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은 자전거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자전거도로와 거치대 등 인프라 구축도 중요하지만 자전거와 유모차, 보행자를 배려하는 자동차 운전자의 마음 또한 중요하다. 공원이나 강변에서의 자전거를 넘어 이제는 출퇴근과 통학용, 생활자전거를 꿈꾸자. 아파트 단지에 방치된 자전거가 도로를 누비고, 아이들이 자전거로 안전하게 통학하는 쾌적한 도시를 꿈꾸자.

탄소중립도시는 사람친화적인 도시다.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이고, 자전거와 유모차가 안전한 도시다. 나아가 걷기 좋은 도시다.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도 중요하고 교통문화도 중요하다. 문화가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사회가 바뀌면 미래가 바뀔 것이다. 이제 빠름보다 배려의 품격 있는 교통문화를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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