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법의 세계는 잔혹하다 못해 비열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살벌한 약육강식의 밀림과 다름없다. 그 가운데 장군의 역할이 지닌 비정함이 있다. 승전 장군이 되려면 수만 또는 수십만의 부하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역사상 손꼽히는 장군들 치고 수십만 또는 수백만 인명을 해치지 않는 자가 없다. 손자는 아마 병사들의 심리 상태를 꿰뚫어 보고 승전하는 요령을 위해 이 구절을 썼을 듯싶다. 

배수진도 마찬가지다. 뒤로 물러나면 도도히 흐르는 강물, 앞에는 적군이 있을 때 병사들은 죽기살기로 싸우게 된다는 그 이치 말이다. 사실 손자는 극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지형에 따른 군사 운용 방안을 제시한 것인데, 전쟁터에서는 오히려 극한 상황으로 부하들을 몰아넣고 이득을 취하려는 지도자의 묘수로 널리 활용됐다는 데 안타까움이 크다. 

오늘날에도 이 방식은 너무나 많은 폐해를 낳고 끝내는 ‘위기를 극복한 유능한 지도자’를 만드는 데 남용(?)되고 있어 더욱 곱씹어 볼 대목이라 하겠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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