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경기문화재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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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고위 간부가 도립 박물관·미술관(뮤지엄) 독립 계획을 논의하고도 거부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기연구원, 경기도박물관, 한국도자재단 등 다수의 관계자들은 해당 간부가 뮤지엄 독립에 강하게 반발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경기도 산하 재단업계에 따르면 2020년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연구원을 통해 도립 뮤지엄 발전을 위한 ‘경기도립 뮤지엄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연구’를 진행한 뒤 경기연구원, 경기도박물관, 한국도자재단 관계자 등과 뮤지엄 독립 재단 설립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제시된 도립 뮤지엄의 독립 방안은 한국도자재단의 재단법인을 이용해 ‘경기도립 뮤지엄 재단’(가칭·뮤지엄재단)을 만드는 방법이다.

재단을 새롭게 설립하려면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도자재단 법인을 이용할 경우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도립 뮤지엄과 성격을 같이하는 한국도자재단 산하 도자박물관과 도자미술관도 뮤지엄재단 소속으로 변경하면 경기문화재단은 예술인 지원 역할을, 뮤지엄재단은 도립 뮤지엄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꾸리는 일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뼈대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최연 전 한국도자재단 대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고, 경기도의 문화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적극 추진하길 바랐다"며 "구체적인 논의사항과 방법도 다 제시됐다고 안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문화재단 고위 간부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고 당시 관계자들은 전했다.

도 박물관 관계자는 "앞서 제시된 방법으로 뮤지엄재단이 설립될 경우 경기문화재단의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예산도 감소한다"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해당 간부가 논의 이후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도 "두 조직을 합치고 나누는 과정에서 발생할 갈등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동조합 구성원이 포함된 TF를 만들자고 구두로 제안하기도 했다"며 "양쪽 재단만 동의하면 진행에 어려움은 없는 상황이었는데, 경기문화재단 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같은 맥락으로 증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문화재단은 "뮤지엄재단 설립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검토하거나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도 산하 신규 재단 설립과 같은 사안은 문화재단이 단독으로 추진하거나 결정할 내용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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