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원장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우뚝 솟은 G타워는 10년 전 유엔기구의 첫 유치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 대응을 위해 국제연합이 만든 산하기구로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사무국이 여기에 와 있다.

당시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녹경원)은 민간단체 최초로 ‘GCF 유치를 위한 중소기업인 발원대회’를 주도적으로 개최하며 각종 세미나, 포럼, 음악회, 특강 등을 진행했고 대한민국 최초의 유엔기구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유세준 총재, 최근영 원장이 앞장선 녹경원의 이러한 자발적 참여의식은 ▶글로벌 ▶녹색 ▶경영 요체로 지금의 ESG와 맞물리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100대 싱크탱크로 자리잡게 됐다. 필자 역시 기획 업무를 담당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매진했던 10년 전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GCF 규모도 커지고 ESG 경영이 전 세계 새로운 질서로 각광받게 되자 무게중심은 ‘금융’으로 급속히 기울었다. ‘녹색금융클러스터’라는 주제로 회자되며 산업계와 학계, 언론의 다양한 지원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GCF는 제2의 세계은행(WB)이라 불리며 회원국 194개국 중 개발도상국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관련 사업을 하도록 자금을 심사하고 지원한다. 

지구가 이상기후를 나타내며 친환경적 가치를 요구할 때 우크라이나, 코로나, 빅 스텝은 ‘혼돈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단초로 자리잡았으며, 이에 경제적·사회정의를 앞세우며 ‘퍼펙트 스톰’ 대비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질서와 조화를 세상에 요구하는 중이다. 사회적 책임 CSR, 공유가치창출 CSV, 지속가능경영 같은 현란한 수사와 이론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방안들이 논의되며 ESG가 앞서 언급된 CSR, CSV, 지속가능경영을 아우러는 빅 텐트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이런 방향성에 대한 분명한 좌표 역시 경제나 안보, 글로벌 블록별로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얼마 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머릿글에 ‘명복을 빕니다(RIP ESG)’라는 기사가 있었다. 한때 블루오션을 이야기하며 기업활동, 창업기조가 온통 블랙홀에 빠져들 듯 그렇게 블루오션으로 흐르다 ESG로 방향 전환을 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식량, 에너지 문제가 터지자 "ESG는 무슨 ESG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ESG 등급 우수평가 기업들에 투자한 돈이 속절없이 빠져나가고 있고, 특히 에너지산업은 직접적인 관련성으로 인해 ESG 평가와 투자의 핵심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역시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ESG가 ‘필요한 곳에 돈을 흐르게 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는 태생적 숙제를 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한 취약성은 경제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 꽃이라는 금융자본도 수익보다 사회적 가치에 높은 평점을 부여해야 한다. 비재무적 데이터 수집과 리스크 관리가 증대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은 재무회계 원칙과 연결되며, 의사결정의 합리성 또한 건강한 기업 경영의 원천이다. 

기후환경에 대한 관심 제고, 공동체 정신과 선의의 영향력이 미치는 사회적 가치, 지배구조의 건전성도 결국 돈의 흐름과 역할이 작동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된다. 그래서 ESG는 철저하게 ‘금융’의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GCF 역시 시설과 기능의 차원에서 지구환경을 보는 것이 아니고 금융으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도모코자 기금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ESG 경영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명복을 빈다(RIP ESG)’라는 워딩 역시 ‘ESG 등급만 관리하면 된다’라는 편의적 발상, 그래서 ESG가 아니면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결과다. 

ESG는 새로운 질서와 조화를 요구하고 있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내세우면서 소통과 의사결정 수준이 남다르고, 또 이미 그 정도는 현재도 충분히 ESG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라고 해도 새로운 질서와 조화는 아직 우리 곁에 오지 않았다. 환경과 사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도 어려워진다. ESG 등급이 목표가 아니라 이런 리스크를 방지하고 좋은 평판을 얻어 존중받는 것이 궁극이 돼야 한다. ESG를 필두로 새로운 질서와 조화를 꿈꿨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금융’과 ‘ESG’의 선한 연결점은 언제나 옳은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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