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대한민국의 커다란 불행은 갈수록 빈부격차에 의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1960년대 초만 해도 GDP 100달러 정도의 최극빈 국가에서 어엿한 산업화·정보화·디지털화를 이루면서 빈부격차 역시 크게 부각된 결과다. 

문제는 경제 양극화에 의한 교육 양극화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한국은 3년마다 실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2012년 8%에서 2018년에는 15%로 급증했다. 

이는 국내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고2 기초학력 미달률이 국·영·수 과목별로 3~5%에서 2020년에는 6.8~13.5%로 급증했다. 이에 2022년 전국 17개 시도 신임 교육감들이 정치적 성향을 떠나 학력 전수검사의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처럼 여타 OECD 국가보다 한국이 기초학력 미달 증가율이 급증한 것은 바로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라는 보도가 압도적이다. 그 배경을 볼 때 우리 사회는 능력주의(meritocracy)가 이미 극에 달했다.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른 경쟁은 이제 거의 모든 영역에서 국시(國是)가 됐다. 초·중·고 교육현장은 SKY대학 중심의 대학 서열 체제에 입시지옥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런 학벌 체제가 부모의 경제 능력에 따라 세습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회자본에 대한 교육의 역할과 정책 방향’ 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들은 성공 요인으로 ‘부모의 재력’을 1위로 꼽았다. 

하지만 미국은 ‘노력’, 중국과 일본은 ‘재능’이 1위였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인맥, 재능은 2위와 3위를 차지했으며 노력은 아예 순위에도 없었다. 세대 내(內) 이동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부정적 응답 비율이 한국 57.2%, 일본 28.3%, 미국 22.9%, 중국 17%였다. 

세대 간(間) 이동성 인식에서도 한국 45.9%, 일본 39.1%, 미국 17%, 중국 9.8%였다. 이는 능력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조차 노력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그 파생물인 인맥을 더 중시하는 결과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 양극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유아교육에 국가의 지원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현재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국가지원금에도 불구하고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는 학급당 정원에 따라 교육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우수한 교사와 보통의 교사가 담당하는 유치원생의 숫자가 20~30명이냐, 6~12명이냐에 따라 어려서부터 크게 교육 격차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 초·중·고의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초·중등 교육은 낮에는 내신을 위한 학교와 밤에는 입시를 위한 학원으로 양분돼 있다.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는 23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30조~4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의 가장 큰 이유는 공교육의 부실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한 학교에서는 사교육이 없어도 학업 성취가 더 나아지는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교육의 완전한 자율과 지원의 평등화다. 정부의 통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서열은 학생 1인당 지출되는 교육비 순서다. 정부는 대학을 평가해 지원금을 차등 지원해 왔다. 그 결과 하위권 대학 진학자들은 질 낮은 교육을 받고 졸업 후에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 양극화를 더욱 고착화했다. 

이제는 초·중등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이에 다음과 같은 교육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급당 학생을 2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이는 시설을 첨단화하는 것보다 3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둘째,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개인별 피드백은 시설 개선보다 9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셋째, 교사 정원을 확보해야 한다. 감소하는 학생 수에 맞춰 교사 수를 줄이는 것은 저급한 경제논리다. 

넷째, 피할 수 없는 사교육과의 효율적인 공조다. 학생에게 무상의 방과 후 수업과 사교육 지원비의 선택권을 주자. 

이는 우려와는 달리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상호 발전을 이끄는 역발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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