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정모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오래 자리를 굳혔다. 자살률 1위가 되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공공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세계적으로 최고 우위에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껭에 따르면 자살은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동안의 사회규범이 바뀌고 변할 때 나타난다. 

경제적 위기, 전쟁 등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사건이 사회규범을 깨뜨리는 요인이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IMF처럼 갑작스러운 경제위기와 같은 사건이 해결을 위한 집단의 결속을 일으켜 오히려 자살 생각을 안 하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뒤르껭은 자살을 감소시키는 치료적 요인은 사회 통합이라고 했다. 통합과 결속을 하게 하는 요인이 자살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요즘 경제는 어려운데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통합이나 결속과는 거리가 멀다.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기름값, 물가가 상승한다는 소식이 매일 전해진다. 

코로나가 풀리면 예전처럼 마음을 활짝 펴고 즐겨 보리라고 결심했던 것이 사라지고 긴축해야 현재가 유지되고 미래를 준비할 것 같은 느낌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자영업자뿐만이 아니라 원자잿값이 오르면서 제조·유통 모두 힘든 시기가 됐다. 

물가가 오르면 일부만이 아닌, 국민 다수가 힘들어진다.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체험한 것을 「죽음의 수용소」라는 저서에서 아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반대로 미래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죽음을 부른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인격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강제수용소에서는 허락되지 않을 때 인간이 어떻게 생존을 위해 변화하는지를 상세하게 진술한다. 

극단의 상황에서는 무감정조차도 생존에 필요한 과정이며, 감정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움을 알 수 있다. 이런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잠시나마 다시 자신을 추스르게 했던 건 유머,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능에 기울이는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는 것들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긴 시간을 경제적 침체 시기와 함께 지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혹은 사업을 하면서 혹은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에 투자를 하면서 자산의 손실을 보거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와 함께한 2년 동안은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이 줄었다.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할 만큼 대인관계를 못하고 격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그에 비해 경제활동을 할 때보다 자살률은 줄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살률이 감소하리라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경제적 전망이 어두워지는 현재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개인이 이 시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했으면 한다. 특히 정부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려는 노력과 정책에 대한 홍보를 하고, 좀 더 국민 통합에 힘써야 한다.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최소한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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