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한·중·일 3국의 경제가 뒷걸음치고 있다.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봉쇄 조치로 주민들은 생필품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식당을 비롯해 많은 점포에서 수입 제로라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국제적으로 원자재를 비롯해 유통 단절에 따른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0월 당대회에서 연임을 노리는 시진핑 주석의 근심이 만만치 않을 터이다.

급기야는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산 조짐까지 나타나자 공포와 우려가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감염자 숫자는 30여 명 수준으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으나 중국의 방역당국은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특히 차오양구 주민들의 봉쇄 공포는 간단치 않다. 시 당국이 "생필품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는 뉴스를 연일 내보지만 주민들은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쩨쩨하다, 시시하다, 지루하다, 한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 차오양구 내 집단감염 발생지 15㎢ 지역이 사실상 봉쇄됐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의 외화 지급 준비율을 기존 9%에서 1%p 하향 조정한다고 공고해 금융기관이 더 많은 달러를 시중에 유통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의 하락은 계속돼 달러 대비 장중 6.60위안을 넘어서 2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 IMF(국제통화기금)는 아시아 지역 전체에 ‘상당한 위험’을 지적하면서 한국의 원화 가치가 추락하고 일본의 물가 상승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우리나라 수출 가격이 경쟁력 면에서 높아져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우리의 주요 수출 경쟁국인 중국이나 중국 통화의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우리의 원화 못지않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3월 초 1천67.46원에서 4월 말 973.63원으로 떨어졌다. 원·위안화 환율은 지난해 12월 말 186.63원에서 4월 말 189.67원으로 별 차이가 없다. 따라서 우리 원화 가치가 급락했으나 우리 수출품 가격 경쟁력이 일본이나 중국의 수출품보다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상하이 봉쇄나 베이징의 일부이긴 하지만 봉쇄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 압력 등 경제에 악영향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예측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영웅’이 등장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정치의 영웅’은 스타와 전혀 다르다. 영웅은 기존 질서의 붕괴 가능성과 부패함에 주목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혹은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 소멸의 치명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전에 나선다. 그래서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이에 반해 스타는 인기를 위해서라면 기존 질서의 부당함에도 순응하거나 타협한다. 위기는 그저 회피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극적인 척만 해야지 정말 극적이 아니다. 

영웅은 낡음과 새로움이 충동하는 ‘시대의 산물’이지만 스타는 내장돼 있는 나쁨을 따져 묻지 않는 ‘시스템의 산물’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윤석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의 전 아베 총리나 현 총리를 비롯해 많은 추종자와 지지자를 거느렸다는 한·중·일 3국의 실세 정치인들이 과연 영웅의 모습인가, 그냥 정치적 스타에 불과한가?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는 러·우 전쟁, 미·중 갈등, 중국의 코로나 봉쇄 등등은 동북아 3국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간 존재의 본질과 근현대 문명이 이룬 세계 질서가 뒤흔들리는 정도이다. 거대한 변동 요인들이 작동하는 시대에 그저 현상만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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