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해양은 예로부터 역사적으로나 문화·인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근대 이후 해양으로 진출한 국가는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으며, 자원의 보고(寶庫)인 바다를 인식해 한 뼘의 바다라도 더 차지하려는 해양영토 분쟁이 이어지는 등 현대까지도 바다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해양은 경제 가치에 치중됐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해양은 바다가 가진 포용력 및 역동성과 아름다움에 가치를 두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영국·호주·일본 등 해양으로 번성했던 도시들의 최근 행보가 참조할 만하다. 이들 나라는 바다가 주는 포용력, 역동성,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활용함으로써 지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공간으로 바다를 활용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양을 정치, 경제, 생태, 자원의 보고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이나 ‘행복’ 등의 가치를 끌어내는 문화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해양수산부는 미국·일본 등 해양강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해양 교육 및 해양 문화를 육성하고자 2021년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시행했다. 여기에 따르면 해양 문화를 ‘해양과 인간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난 정신적·물질적 산물의 총체로서 해양과 관련해 지금까지 전승되어 온 전통과 유산 및 생활양식 등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계승하며 해양을 활용하여 보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모든 인간 활동’으로 정의한다. 이렇게 본다면 해양 문화란 문학·연극·음악·미술 등 이른바 문화 및 예술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해양과 관련한 역사, 민속(생활사), 레저, 관광, 환경 등을 포괄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시는 16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서와 상당한 면적의 갯벌, 그리고 국내 최대 크기의 항만을 지닌 도시로 다양한 형태의 해양 문화가 있다. 그럼에도 인천에는 해양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시설이나 행사가 제한적이다. 인천에는 10여 개의 해양 문화 시설과 10여 개의 지역축제 등 해양 문화를 활용한 것이 있다. 하지만 해양 문화 시설은 역사관이나 체험관 형태이고, 축제도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것이 대부분으로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해양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교육하는 것도 필요한데, 해양 교육 시설은 정규 시설이 국립인천해사고, 국립해양과학고 등 고등학교 2곳과 인천대, 인하대의 3개 학과 등 5곳밖에 없다. 이는 인구 300만 해양도시 인천의 위상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인천시는 해양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해양수산부의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의 시행에 맞춰 ‘인천광역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조례를 2021년 9월 제정했다. 세계·국가적 추세에 따라, 그리고 해양도시 인천의 정체성에 따라 해양 교육과 문화를 활성화하려는 조례 제정은 분명 의미가 있다. 이 조례에 따라 인천시는 ‘함께하는 바다, 행복한 시민’이라는 비전을 표방한 ‘제1차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지역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를 목표로 해 3대 추진전략과 7대 과제를 담고 있는 1차 계획에는 해양 문화와 교육에 대해 인천의 과제를 전략적으로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눈에 띈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시민이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해양 교육도 필요한데, 1차 계획에 드러난 교육 대상은 주로 수산 전문인력과 공무원 중심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행돼야할 사업이 후순위로 밀린 것도 문제가 있다. 해양 문화 자원의 발굴·조사, 법률과 조례에 명시된 ‘지역해양교육센터’의 설치, 사회 해양 교육 및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전문기관의 지정·운영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스마트선박안전지원센터’ 개관이나 기존 추진 중인 시설 조성 및 보수사업 중에는 해양 문화와 관련 없어 보이는 사업 등도 수정·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차근차근 준비해 해양 교육 및 해양 문화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활성화 방안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진정한 해양문화도시로 인천이 변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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