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김미애 인천지방법원 조정위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집행 관련 서류를 한 무더기 안고 고객 A가 우리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A는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해 2018년 중순 면책결정을 받은 바 있었기에 이제 몇 년이 지났으니 은행 거래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는데, 아직도 거의 모든 금융권에 채권자 B(대부회사), C(캐피탈), D(개인)로부터 각 채권압류 및 추심결정이 돼 있음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A는 부랴부랴 집행해제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채권자 B, C, D 모두 파산 채권자목록에서 누락돼 있어서 바로 집행 해제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여기저기 헤매다가 우리 사무실까지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A에게 위 채권자들이 채권자목록에서 왜 누락됐는지 이유를 물어보니, B에 대해서는 2017년 초 채무완제를 했고, C는 2015년 B에게 채권을 양도했으므로 A가 파산 및 면책을 신청할 당시인 2017년 중순에는 B와 C는 이미 A의 채권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인채권자 D였는데, A는 D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D는 A를 상대로 2013년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하여 승소를 한 바 있고 2014년 채권압류 및 추심결정까지 받았기에 A가 D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번호로 사건 진행 내역을 모두 살펴보니 위 판결 및 강제집행 모두 A에게 공시송달로 진행됐음을 알게 됐고, A가 D를 전혀 모른다고 하는 것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채무자가 파산 채권자목록에서 일부 채권자를 고의로 누락시킨 것이 아니라면 채무자는 누락된 일부 채권자가 집행권원이 있다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고, 소송문서 없이 그냥 채권사의 독촉을 통해 누락된 채권을 알게 됐다면 면책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청구이의의 소란 집행권원이 가지는 집행력의 배제를 구하는 소를 말하는데, 집행권원에 표시된 실체법상의 청구가 그 후의 이행·시효소멸·경개·면제·상계 등에 의해 소멸된 경우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해 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집행권원에 근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구할 수 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A는 파산 및 면책 신청을 하기 전 B에 대한 채무를 완제했으므로 B에 대해서는 채무완납증명서를 첨부해 청구이의의 소를 통해 강제집행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한편, A는 C에게도 청구이의 소를 제기해야만 했는데, C가 지급명령을 받은 후 강제집행을 하고 나서 B에게 채권을 양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에 대해서는 청구이의 이전에 추완 항소를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A가 D의 소송이나 강제집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심지어 D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며 최근에서야 D의 소송이나 강제집행의 모든 절차가 A에 대해 공시송달로 진행된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추완항소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불변기간을 지킬 수 없었던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주 이내에 게을리한 소송행위를 보완하는 것으로 민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소장부본과 판결정본 등이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해 송달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과실 없이 판결의 송달을 알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경우 피고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불변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때에 해당해 그 사유가 없어진 후 2주일 내에 추완항소를 할 수 있고, ‘사유가 없어진 후’라고 함은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단순히 판결이 있었던 사실을 안 때가 아니고 나아가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안 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했으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의 경우에는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이 사건 기록을 열람하거나 새로이 판결정본을 영수한 때에 비로소 판결이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봐야 한다(대판 2020다46601)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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