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75억 인구 중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직업군이야 비슷할 수 있겠지만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에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된 지향점은 있다.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행복으로 다가가는 과정은 또다시 여러 방향으로 나뉘겠지만 우리는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선샤인 클리닝’도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이들의 직업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혈흔이 흥건한 범죄현장 정리를 업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도 범죄 조직원일까? 

 ‘로즈 로코스키’, 교내 최고의 미녀이자 치어리더인 그녀는 학교 최고 인기남과 교제하며 화려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언제나 이슈와 화제의 중심에 선 로즈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모두 지난 이야기에 불과하다. 쓸데없는 사업 아이템으로 족족 손해를 보는 아버지와 무기력함과 시큰둥한 태도로 직장에서 번번이 해고되는 동생 노라, 엉뚱한 호기심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어린 아들 오스카가 현재 그녀가 앞에 놓인 현실이다. 청소 도우미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 가는 로즈는 고교 동창의 집을 청소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만 탈출구가 없었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견디는 수밖에. 

 열심히 사는 것과 비례해 삶의 막막함도 동반 상승할 무렵, 로즈는 같은 청소 업무지만 수익이 훨씬 높은 범죄현장 청소가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음을 간파하게 된다. 그렇게 여동생과 함께 ‘선샤인 클리닝’이라는 작은 청소업체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한 두 사람은 끔찍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에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것도 잠시, 높은 수익에 만족하며 신바람나게 일한다. 단기간에 바짝 벌어서 학창 시절에 못다 한 공부도 하고, 아들도 환경이 좋은 학교에 보낼 꿈도 꾸게 됐지만 불행은 어려운 사람에게 더 빈번하게 찾아오지 않던가. 로즈가 모처럼 고교 동창회 참석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날, 노라는 홀로 청소하던 사건 현장을 화재현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잠깐의 부주의로 잿더미가 된 집에 엄청난 피해 보상금을 지불해야 될 입장에 놓인 상황에서 자매는 갈등한다. 과연 로즈와 그 가족의 삶엔 따뜻한 햇빛 한 조각이 뜰 수 있을까?

 "넌 능력 있고 강한 여자다. 뭐든 할 수 있어. 넌 승자니까." 로즈가 매일 같이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걸었던 주문이다. 로즈의 장점이라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남루한 현실을 비관하며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방황도 하지만 결국엔 중심을 잡고 살아간다. 그녀가 기본적으로 장착한 긍정 한 스푼은 결국 삶을 살아내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는 관객의 마음도 움직인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녀가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꿈꿀 수 있길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한다. 범죄현장 청소라는 다소 낯설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족영화의 따뜻함으로 풀어낸 ‘선샤인 클리닝’은 자매를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와 에밀리 블런트의 케미로 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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