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삶의 에티카

 김상구 / 1만6천 원

이 책은 저자가 지난 8년 동안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바라본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성현 군자나 철학가, 시인, 소설가, 비평가 등의 안경을 끼고 사안을 바라봤다. ‘검수완박’이라는 희비극, 이화에 월백하고 두견새 울 즈음이면, 정동진에서 새해를 맞으며, 소시오패스 형 권력자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것은 등의 글을 수록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치와 삶의 에티카’에서 저자는 "욕망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을 때 중용의 덕이 이뤄진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들어 인간이 올바른 이성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올바른 이성을 실천하려면 감수성을 계발하고 생활화하는 습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윤리를 뜻하는 그리스어 ‘에티카’가 언급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정치와 삶은 분리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돼 있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윤리와 정치가 함께 작동돼야 한다는 의미다. 인간의 이성에 따라 작동되는 ‘에티카’는 본성이 아니라 노력으로 얻어진다"고 서술했다.

서문을 통해 저자는 "과학의 발전은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고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지게 했다. (중략) 그러나 그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늘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설정이다. 타자를 먼저 배려하고 사랑해야 하는 에티카(윤리·도덕·예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 때,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폭력이나 전쟁으로 발전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인이나 사회가 자비와 인과 사랑에 대한 여백을 줄여 나갈 때 행복한 삶과 건강한 사회가 조성됐음을 강조한다.

저자 김상구는 충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단국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청운대학교 영어과에 재직하면서 영문학을 강의했다. 청운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대학원장, 현대영어영문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나보코프 비평서인 「신 없는 세계의 글쓰기」(2002)는 문화관광부 추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으며, 칼럼집으로는 「환상과 유토피아」(2015)가 있다. 2012년부터 기호일보에 문학, 철학, 정치, 사회에 관한 칼럼을 기고해 왔다.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그랜트 스나이더 / 1만4천800원

주변의 크고 작은 소란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일상에서 마음과 정신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그 방법을 담은 카툰 에세이다. 

저자는 어떤 대단한 철학이나 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해 보면 어때요?"라고 형형색색의 그림에 유머를 담아 부드럽게 권유한다.

지금까지 작가, 예술가, 기획자, 지독한 책벌레를 위한 책으로 사랑받아 온 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그랜트 스나이더는 엄청나게 대단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잘’ 사는 법들을 소개한다. 생각 메모하기, 비 오는 날 첨벙거리기, 새 구경하기, 책 냄새 맡기, 주변에서 파란색 찾기 등이 있다. 이는 매일 살아있음을 느끼는 가장 무해한 방법이자 삶에 쉼표를 찍는 기술들이다. 또 벅찬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안내한다.

이 책에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방법과 조용히 혼자 단단해지는 생의 비결이 한 컷, 한 컷에 압축됐다.

어떤 호소의 말들 

최은숙 / 1만6천 원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한 해 동안 1만 건이 넘는 진정이 접수된다. 인권위에 소속된 조사관은 진정인이 접수한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직접 조사하는 일을 담당한다. 조사관들은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매해 수십·수백 건의 사건을 파헤친다. 

이 책은 저자가 20여 년간 조사관으로 일하며 만난 피해자들과 그 사연을 바라보는 다정한 마음을 담았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라 간단한 민원도 제출하기 어려운 노인, 말이 통하지 않아 정신병원에 감금된 이주노동자, 관행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참고 견디는 운동선수,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인권위를 찾았지만 끝내 세상을 등진 이까지. 재판 결과나 뉴스 기사만으로는 알지 못하는 개개인의 속사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저자는 법률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한편, 조사관 개인으로서 느끼는 한계 역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인권위 조사관의 일이라면 사실 너머에 존재하는 삶의 다양한 무늬를 헤아리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인권의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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