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란 부모가 함께 담당해야 할 몫이라는 ‘공동 육아’ 개념은 이제 사회적으로도 중요하게 공유되는 인식 중 하나다. 부모 중 어느 한 명의 부담이 되는 ‘독박 육아’를 벗어나 아이를 키우는 일에 부모가 함께한다는 인식은 지금의 사회에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변화하는 인식과 달리 남성이 맘 놓고 육아에 동참하는 일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쉽지만은 않았다.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이마저도 제도가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등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도 많았기 때문이다.

인천은 2019년 남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남성육아휴직 장려 제도’를 도입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부모 동행’을 선도하는 대표 지역 중 하나다.

특히 시 차원에서는 남성들의 육아를 장려하는 ‘인천아빠 육아천사(1004)단’ 운영에 주력한다. 

‘아이 키우기 좋은 인천’을 목표로 시가 추진하는 사업을 정리해 봤다.

부부 공동육아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열린 ‘아이사랑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들.
부부 공동육아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열린 ‘아이사랑 한마당’ 행사에 참여한 부모와 아이들.

# 동등하지 못한 양육 부담

인천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진행한 ‘육아지원 실태조사’를 보면 자녀를 양육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 양육과 가사 분담(44.1%)’으로, 가정 내 남성의 육아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다음으로는 ‘직장생활과 육아 병행(16.7%)’, ‘여가시간 부족(15.9%)’, ‘믿을 만한 보육시설 부족(12.1%)’ 등의 문제가 뒤를 이었다.

무엇보다도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목표로 진행된 ‘KICCE 육아정책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부간 자녀 양육과 가사 분담 비율은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자녀 양육 분담 비율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73%와 27%였으며, 맞벌이인 경우에도 여성(67%)이 남성(33%)보다 훨씬 많은 부담을 떠안았다.

가사 분담 비율도 마찬가지 양상을 보였다. 맞벌이가 아닌 경우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73%와 23%, 맞벌이 가정 역시 여성과 남성이 각각 68%와 32% 비율로 부담한다고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공동 돌봄’ 개념이 공유되는 상황에서 남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9년 남성 육아휴직자에게 최대 300만 원의 장려금을 지급하고, 이를 서구와 계양구 등 타 지자체도 곧바로 이어받아 확산되는 등 인천이 남성 육아 동참을 선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2019년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 문을 연 ‘아이사랑꿈터’ 1호점.
2019년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 문을 연 ‘아이사랑꿈터’ 1호점.

# 육아에 적극 나서는 인천 아빠들

이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인천시가 2020년 남성들에게 육아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활성화시키고자 ‘인천 아빠 육아천사(1004)단’을 처음 구성했다. 인천아빠 육아천사단이란 육아에 관심을 가진 아빠들이 함께 육아 고민을 나누고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서로 소통하는 네트워크로, 3~9세 자녀를 둔 초보 아빠 200명으로 출발했다. 시는 2021년 500명, 2022년 1천4명 등으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출발한 인천아빠 육아천사단은 공동 돌봄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외부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이었지만 ‘집쿡 라이브&멘토링’ 프로그램 등 대안이 될 만한 활동에 힘썼다.

비대면 요리교실로서 2020년 9월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해당 프로그램은 사전에 집으로 배송된 키트를 활용해 아빠와 아이가 함께 쿠키를 만드는 시간으로 마련됐는데, 바닷속 물고기를 주제로 한 아이싱 쿠키 만들기와 놀이 멘토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노하우 공유 활동도 전개됐다. 시는 지난해 인천아빠 육아천사단 사업의 일환으로 ‘참! 좋은 부모 되기’ 힐링 토크쇼와 부모학교를 마련했다.

토크쇼는 인천아빠 육아천사단 참여자뿐 아니라 육아로 고민하는 모든 부모가 도움을 받도록 기획됐으며,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놀이법이나 좋은 아빠가 되는 육아법 등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됐다.

# 아이와 부모가 함께 찾는 놀이터

인천시는 인천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진행한 ‘육아지원 실태조사’에서 믿을 만한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부모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찾기에 나섰다.

그 중 대표적인 사업이 인천형 공동육아시설인 ‘아이사랑꿈터’다. 육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자 2019년 12월 남동구 서창동에 아이사랑꿈터 1호점 개소를 시작으로 현재 총 31개소가 운영 중이다.

시가 영아기 가정육아를 활성화하려고 운영 중인 아이사랑꿈터는 집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가정육아지원시설이다. 이용요금 1천 원(프로그램 신청 2천 원)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체험은 물론 육아 정보 공유와 전문가 육아 코칭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아이사랑꿈터 사업은 2020년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지자체 저출산 대응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엄선된 보육 전문인력이 운영하고, 육아전문기관이 개발한 차별화된 맞춤형 프로그램을 부모와 아이에게 제공하는 등 이용 시민의 94%가 ‘매우 만족’한다고 나타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인천의 육아정책 패러다임이 ‘기관 육아’에서 ‘공동 돌봄’으로 전환되는 기점이 됐다.

시는 초저출산을 극복하려고 최근 아이사랑꿈터 이용요금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는 둘째아 임신부와 육아휴직 가정까지 아이사랑꿈터 이용요금을 면제받는 등 사업이 더욱 활발하게 운영될 전망이다.

집 근처 가정육아지원시설로 아이들이 즐길 만한 다양한 놀이·체험공간을 제공해 ‘핫플’로 급부상했다.
집 근처 가정육아지원시설로 아이들이 즐길 만한 다양한 놀이·체험공간을 제공해 ‘핫플’로 급부상했다.

# 부모가 행복하게 아이 키우는 도시

인천시는 올해도 여성·가족 분야 예산을 늘려 가족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도시 만들기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여성 존중과 성평등 실현을 목표로 올해 여성·가족 분야 예산을 지난해(9천727억 원)보다 9% 늘어난 1조607억여 원을 투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여성친화도시를 확대 지정받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여성친화 네트워크 운영과 공간 조성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시는 일과 생활의 균형, 성평등한 돌봄문화를 확산하고자 공보육 인프라와 아이사랑꿈터 확충에 나선다. 인천이 최초로 운영해 선도 중인 인천아빠 육아천사단 운영도 이어간다.

이 밖에 혁신육아복합센터 건립, 공동육아나눔터 활성화, 다함께돌봄센터 확충과 운영, 우리마을 아동지킴이 운영 등도 올해 시의 주력 사업에 포함됐다.

시의 중장기 계획인 ‘제1차(2018~2022) 저출산 대응 중장기 기본계획’의 방향성과 기본 틀을 유지하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인천을 조성하고자 공공영역 서비스 확대와 민간영역 서비스 질 개선을 이룰 사업을 다양하게 발굴·시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돌봄서비스 분야에서는 인천형 어린이집과 아이사랑꿈터 등 공공성 확대에 초점을 둘 방침"이라며 "남성들의 육아 정보 공유와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방안 연구 등 관련 제도를 마련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사진=<인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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