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딸아이를 가졌을 때였다.

대개는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좋은 글귀를 읽거나, 절경을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태교를 하기 일쑤다. ‘배 속’이라는 ‘거푸집’에 ‘태교’라는 ‘쇳물’을 부어 ‘똑똑한 아이’라는 ‘주물’을 생산하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사투다.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기자마저 그러고 싶진 않았다.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싸맸다. 딸아이가 어떤 인격체로 성장하길 원하는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사실 두 번 물을 일도 아니었다. 답은 명징했다.

아내에게 당부했다. KBS1 교양 프로그램 ‘동행’을 틈만 나면 다시 보기 하라고. KBS는 해당 프로그램을 가난의 굴레에 갇힌 이들과 소통할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출연자와 시청자가 함께 ‘힐링’하는 진정한 ‘동행’의 길을 모색한다고 소개했다.

아내는 딸아이가 세상에 소풍 나올 때까지 기자의 강압(?)을 견디지 못하고 어림잡아 200여 편의 ‘동행’과 ‘동행’했다.

이제 13살이 된 딸아이는 ‘동행’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리송하지만 적어도 사단의 하나인 측은지심은 장착한 듯 보인다.

기호일보가 창간 34주년 기념호 테마를 ‘동행’으로 정했다. 아내를 협박(?)했던 이유와 다르지 않다. 덕분에 ‘청춘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최성수 씨도 만났다.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더 이상은 뱀 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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