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3시 30분께 가평군 체감기온은 38℃를 육박했다. 3일부터 폭염경보가 내린 가평군은 가만히 있어도 팥죽땀이 줄줄 흘러내릴 지경이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던 자라섬 남도 꽃정원 개방 콘텐츠.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던 자라섬 남도 꽃정원 개방 콘텐츠.

사정이 이런데도 가평군 군정홍보팀이 가평중학교 옥상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가 따라 나섰다. 습도마저 높은 날씨는 옥상에 올라선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온몸을 불덩이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뜨거운 군정홍보팀의 열정이 있었기에 폭염경보 따윈 맥을 추지 못했다. 최윤정 주무관은 폭염 속에서 장시중 촬영감독이 큐 사인을 보내자 가평중학교 옥상에서 한 손에 부채를 든 채 외쳤다. "우리 딸 박재은! 가평군이 장학기금 300억 원을 달성했다더라. 엄마도 장학금 좀 받아 보자."5층 옥상에 올라선 최 주무관은 가평중 교정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가평군의 장학기금 300억 원 달성을 외치고, 외치고, 또 외쳤다.

뉴미디어가 일상이 된 요즘, 지방자치단체도 앞다퉈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 운영에 열을 올린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화제가 되기는 녹록지 않다. 그래도 많은 지자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시·군정을 홍보하고자 각종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1인 미디어의 대표 격인 유튜브지만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제작사가 늘어나고 구독자들의 눈높이도 올라감에 따라 전문적인 제작 시스템을 갖춘 채널의 수도 늘어난다.

이런 정글 같은 유튜브시장에 경기도에 위치하지만 인구는 6만여 명 밖에 되지 않는 가평군이 도전장을 냈다. 맨날 책상 앞에만 있을 듯싶은 공무원들이 만든 영상이라 걱정이 앞섰다.

음악역1939 피크닉콘서트.
음악역1939 피크닉콘서트.

가평군의 홍보팀이라는 자부심 아래 기획·촬영·출연·소품·분장·대본·편집·총감독까지 홍보팀 6명이 담당한다.

시·군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6명이라는 인원이 넉넉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1명은 군정홍보 팀장, 1명은 보도자료 작성 담당, 1명은 소식지와 군보 담당, 1명은 의전·행사 사진 담당, 1명은 블로그 담당, 1명은 의전·행사 영상담당자다. 유튜브 전담자는 한 명도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열정을 불사르는 가평군 군정홍보팀. 아이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의견을 공유한다. 

날것 그대로의 의견들은 혼자서 촬영·편집을 담당하는 영상담당자의 필터링을 거쳐 시나리오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각자 배역을 정하고 액팅을 연습하고 촬영한다. 편집, 자막, 배경음악 선정도 홍보팀의 몫이다.

가평군 음악과 문화공연의 메카 음악역 1939에서 주민들의 참여로 진행하는 피크닉콘서트 홍보에는 홍보팀장도 나섰다. 홍보팀장과 ‘춤잘알’ 1과 ‘춤알못’ 1·2·3이 대거 등장해 뚝딱거리는 모습은 그저 보기만 해도 웃음을 자아낸다.

가평군 군정홍보팀에서 발행하는 모바일 소식지 홍보 영상은 유명한 OTT 플랫폼의 한 웹드라마를 패러디했다. 영상 속 귀신 분장과 분위기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 회사는’이라는 패러디 제목으로 야근 근절 종용과 모바일 소식지 구독을 오싹하게 강요한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져 나왔던 콘텐츠는 자라섬 남도 꽃정원 개방을 앞두고 실의에 빠진 농부와 꽃을 피우겠다며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해바라기 가면을 쓰고 남도를 뛰어다니는 꽃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던 농부 덕인지 부끄러움을 모르는 꽃신 덕인지 남도의 꽃양귀비는 개방 첫날 빨갛게 피어 방문객을 홀렸다.

가평 고로쇠 특산물 홍보.
가평 고로쇠 특산물 홍보.

기호일보 창간 34주년을 맞아 특별 동행 취재를 하면서 군정홍보팀의 걸작은 누가 뭐라 해도 특산물 홍보 콘텐츠라는 확신이 들었다. 가평의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 초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에 몸을 담글 용기를 준 고로쇠. 그 열정은 군정 홍보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을 사르르 녹인다.

전문가들이 만든 영상이 아닌지라 가평군의 영상은 어딘가 어설프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귀신 분장도, 꽃신 분장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은 여느 전문배우 못지않다.

이번 동행 취재를 통해 찜통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내는 가평군청 군정홍보팀의 진면목을 확인했다.

동행 취재에 협조한 박재훈 가평중학교 교장, 정진숙 가평군 홍보팀장, 장시중 촬영감독, 최윤정 주무관, 가평군 군정홍보팀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가평=엄건섭 기자 gsuim@kihoilbo.co.kr

사진= <가평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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