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짐을 대신 다 짊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나눌 수가 있을까. (…)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길이 끝없이 뒤엉켜진 미로일지 몰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닿을 수가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기자가 즐겨 듣는 수많은 장르의 노래 중 오로지 목소리가 주는 편안함만으로 곡을 찾아 듣게 되는 가수가 몇 명 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김동률인데, 차분한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그의 따뜻한 목소리가 읊조리듯 부르는 가사를 가만히 듣자면 기자의 마음까지 안정되는 기분이 들곤 한다.

그런데 김동률의 노래 중 처음으로 목소리보다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됐던 노래가 있다. 김동률이 직접 작사·작곡한 ‘동행’이라는 곡인데, 첫 문장에 이 노래의 가사를 일부 소개해 봤다.

두 사람이 함께라면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을 조금은 덜어내 주지 않을까 하는 위로와 공감을 담은 내용의 가사가 인상 깊다.

동행(同行)이란 사전적 의미로 ‘같이 걷는다(길을 간다)’ 또는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을 뜻한다. 꼭 누군가가 처한 문제나 어려움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그의 곁을 같이 지켜주며 힘이 되고 싶다는 뜻인 듯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힘든 사실을 눈치채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옆에 있어 주는 일은 그에 대한 ‘관심’ 없이는 힘든 만큼 결국 동행은 관심과 결을 같이 하는 일이 분명하다.

최근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늘었다. 꼭 경제적 또는 복지 취약계층뿐 아니라 일반 청년도, 자영업자도, 심지어 내 옆에 있는 가족도 관심과 동행이 필요할 터다.

어떤 이들은 "곧 모든 일이 나아질 거야"라는 단정의 말조차 꺼내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불안정하기도 하다.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말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뭐든 함께 헤쳐 나가 보자"는 위로라고 여긴다.

우리 사회에서 ‘동행’이라는 키워드가 다시금 주목 받는 분위기도 이 때문일 터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병원 방문을 돕는 동행 사회복지사들도, 지역 중소기업에 노하우를 공유하며 동반성장하고자 손을 내미는 중심 기업들도, 독박 육아라는 개념을 벗어나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사회도, 이주 외국인들과 또 다른 사회를 이뤄 나가는 주민들도 다 같은 개념이 아닐까.

마지막은 다시 김동률의 곡으로 돌아가, 기자가 ‘동행’이라는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를 소개하며 끝낼까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무작정 던지는 단정의 말이 아닌, 그래도 언제든 함께하겠다는 마음이 인상 깊었기 때문일까.

"내일이 조금 더 나을 거라고 나 역시 자신 있게 말해 줄 순 없어도, 우리가 함께하는 오늘이 또 모이면 언젠가는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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