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역시장이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무역 강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독일은 10억 유로(1조3천억 원)의 무역적자를 31년 만에 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은 급등한 반면 대러 제재로 수출은 감소해서다. 같은 시기 일본은 역대 두 번째인 2조3천846억 엔(22조8천억 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유가 고공행진과 화폐가치 하락이 주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심상치 않다. 4월부터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낸 데 이어 7월 1~10일 55억2천800만 달러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교역량 증가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 속도가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으로 수입가가 치솟으며 통상강국들의 무역수지가 악화됐다. 한국은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다. 대중 무역적자 행진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29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5월(-11억 달러)과 6월(-12억1천만 달러)에 이어 이달에도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은 증가하는데 반도체 등 주력 제품의 수출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일 무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본과는 1965년 수교 이후 52년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누적 적자만 5천164억 달러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무려 670조 원에 이른다. 이런 현상이 고착화된 건 기술경쟁력 때문이다. 기계·전기·전자산업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전 영역에서 기술 격차가 워낙 컸다. 다행히 우리도 중국에 그런 우세를 유지해 왔다. 이것이 최근 들어 전기·전자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격차가 줄어들더니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술경쟁력과 무역수지 간 함수 관계가 그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크다. 사실 미·중 무역 전쟁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증가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전략이 향후 미국의 기술경쟁력을 위협하리라 봤기에 전선이 확장된 것이다. 미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참고했으면 한다. 무역적자는 단기적인 경기 순환의 문제(환율, 인플레 등)가 아니다. 독일과 일본이 그래 왔듯 ‘교역국과의 기술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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