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청장
박용주 경기남부보훈지청장

노년의 한 외국인이 태극기를 꺼내 들어 보였다. 71년 전, 그의 손에 전해진 태극기는 한국전쟁의 경험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만드는 연결고리와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의 모습을 간직하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전쟁의 참혹한 기억 사이에서 친절하고 따뜻했던 느낌의 이름 모를 한국 전우를 그리워한다. 그는 미 해병대 소속으로 한국전쟁 시기 장진호 전투에 참여한 참전용사 짐 란츠(James Lantz)이다.

짐 란츠처럼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22개국 195만여 명의 군인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기꺼이 참전했다.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미국은 1950년 6월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히 소집해 북한의 무력 공격은 평화를 파괴하는 침략행위라 선언하고, 결의안을 통해 침략행위 중지 및 38도선 이북으로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군이 이에 불응하고 남침을 강행하자 2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무력 공격을 격퇴하고 국제 평화와 한반도의 안전을 위해 유엔 회원국의 북한군 격퇴 참여를 결정했다. 이후 7월 5일 최초로 스미스 특수부대를 오산전투에 투입했으며, 7일에는 유엔군을 창설했고 8일 유엔군 파견을 결정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통계로 본 6·25전쟁’ 에 따르면 유엔참전용사 195만여 명 중 3만7천여 명이 전사했고 11만여 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실종되는 등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의 희생과 위훈을 기리고 후대에 계승하기 위해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정해 기념한다.

유엔군 참전의 날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 수호, 지금의 한반도 평화 안정, 앞으로의 한반도 항구적인 평화 번영을 다짐하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직결되는 기념일이며, 유엔 참전 22개국과의 우호와 협력 기반 아래 국제사회에서 유대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보훈처는 2013년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한국전쟁 참전국 정부대표단을 초청해 감사를 표하는 첫 번째 국제행사 거행 이후 매년 정부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위대한 약속, We Go Together’라는 주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전쟁 참전유공자, 참전국 외교사절,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라는 위대한 약속을 지킨 영웅에 대한 감사와 자유의 가치를 동맹과 함께 지켜 가겠다는 우리의 진심 어린 약속을 전달하고자 한다.

경기남부보훈지청도 수원 태장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불꽃같은 유엔군, 감사담은 유리돔’ 행사를 실시했다. 미래 세대와 함께 유엔군 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에 감사하는 공감대를 형성해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 가는 평화의 중요성을 확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학생들이 만든 유리돔은 8월 한 달간 오산에 위치한 ‘유엔군초전기념관’에 전시해 많은 시민들이 관람하도록 준비했다.

‘평화’라는 단어가 간절히 와 닿는 요즘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파란빛 지구는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으로 붉은 눈물을 훔치고 있다. 72년 전,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에서도 그러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굽히지 않고 힘차게 일어나 지금은 여느 나라 못지않게 평화와 자유가 보장된 국가다. 심지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며 이제는 그동안 받아 온 도움을 베풀 수 있는 긍정적 시너지까지 갖추게 됐다. 현재 우리가 이러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까닭은 기꺼이 국경을 건너온 영웅들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재건할 수 있었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우리 역사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이해 우리에게 평화라는 선물을 안겨 준 유엔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며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소망한다. 또한 이 땅에 전쟁의 종식으로 눈물꽃이 아닌 웃음꽃이 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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