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12일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플로깅을 문화사업화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12일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플로깅을 문화사업화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지역주민들을 모아 플로깅을 해 보자는 생각에 기획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이 의미 깊은 활동을 주민과 대중에게 알리고 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다음은 플로깅을 사업화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쓰레기를 줍다가 제 인생이 바뀌었네요."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 합쳐진 개념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스웨덴에서 2016년 처음 시작했으며, 스웨덴어에서 ‘줍다’를 뜻하는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이 합쳐졌다. ㈜프린지 이영근(35)대표는 플로깅을 문화와 접목시키며 인천지역 확산에 앞장선다.

결혼을 계기로 인천에 정착한 그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플로깅을 만났다.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 기획·홍보·마케팅 업무를 약 10년간 했기에 전염병의 타격은 컸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기획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플로깅이었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과도 맞아떨어졌다. 

마침 지난해 플로깅으로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청년기획자 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청년기획자 활동으로 지역주민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지원사업 종료 후에도 해당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싶어 ‘프린지 인천’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인천 서구 경인 아라뱃길의 한 산책로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 대표.
인천 서구 경인 아라뱃길의 한 산책로를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있는 이 대표.

이 대표는 "내가 땀 흘려 쓰레기를 주운 만큼 깨끗해지는 모습이 신났어요. 주민분들이 한 분, 두 분 고마운 청년이라는 얘기를 해 주시는 부분에서 점점 낮아졌던 자존감도 회복된 듯싶어요. 처음에는 지역에서 혼자 활동을 시작했는데 관심을 가지고 한 분, 두 분 모여 지금은 약 400명이 넘는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계십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라고 했다. 

프린지 인천은 2주 혹은 한 달 단위로 플로깅 챌린지를 진행한다. 각자 지역에서 플로깅에 참여한 뒤 카페에 플로깅 인증을 하면 조건을 확인하고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운영한다. 

챌린지를 이어가는 일이 처음부터 쉽지만은 않았다. 초창기에는 이전에 일했던 대학로의 지인들에게 공연 티켓을 구해 상품으로 주는 등 항상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횟수가 거듭될수록 알음알음 함께 일해 보자는 요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챌린지는 12차까지 진행됐다. 오프라인의 경우 주 1회 주말을 이용해 서구 주민들과 플로깅을 한다. 참여자는 초등학생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하고, 가족단위로 참여하는 주민들도 많단다.

이 대표는 "‘주민들이 플로깅을 조금 재미있게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의미를 계속 넣고 싶어서 챌린지 방식을 채택했어요. 활동을 하고 인증을 하면 지역의 사회적 기업이나 친환경 브랜드 제품을 매칭해 상품을 드리는 거죠. 지역 기업들도 홍보가 되고 주민들은 좋은 활동을 하며 선물도 받아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어요."

플로깅을 매개로 문화 기획을 해 나가다 보니 이 대표는 이런 의미 있는 활동을 좀 더 주민들과 대중에게 알리고 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교육과 각종 스터디에 참여했고, 올해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돼 참여 중이다. 4월에는 ㈜프린지라는 공연기획사를 설립하고 플로깅과 환경을 콘텐츠로 체험형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그 중 하나가 오는 10월 서구에서 열 예정인 제1회 플로깅 프린지 페스티벌 ‘헬로깅’이다. 축제를 열어 플로깅 캠페인은 물론 환경 관련 공연팀들을 모아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헬로깅의 백미는 어쩌면 세계 최초가 될 ‘쓰레기 운동’이다. ‘리얼 플로깅’이라는 제목을 붙여 달리기 트랙 군데군데 쓰레기를 배치시키고 주우면서 뛰어 결승점에 도달하는 게임을 기획했다. 또 ‘미세플라스틱을 건져라’라는 게임은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튜브 안에 플라스틱 조각을 띄워 놓고 채로 건지는 방식이다.

이 대표는 "플로깅이 달리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라고 하지만, 실제 해 보면 그냥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이걸 쓰레기 운동회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었어요. 시민분들이 게임을 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쓰레기가 문제구나 생각하시고 환경문제를 접하시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 축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플로깅을 통해 클린산행이나 비치코밍 등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 보고 싶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플로깅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스티커
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플로깅 문화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스티커

나아가 플로깅 행사 기획을 통해 지역 청년예술가, 신진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예술가들이 경력을 쌓고 활동하기가 어려운데 우리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같이 만들어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환경적인 문제를 사람들이 보다 쉽게 접하도록 공연이나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풀어주면 좋겠죠. 예술인들에게는 예술활동을 할 기회가 되고요. 문화예술로 플로깅이나 환경에 대한 접근성은 높이면서 숨은 의미를 전달하는 작업을 우리 프린지가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도전해 보는 일이라 아직은 막막하기도 해요"라고 털어놨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마음껏 기획할 만한 좋은 기반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짧은 경험이지만 지원사업의 경우 예산을 편성할 때 기획자의 인건비나 활동비가 지급되는 사업을 몇 가지 보지 못했다.

기획자 인건비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기획자에게도 충분한 기획비·활동비가 정당하게 측정되고,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열고 주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문화 기획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지원사업들이 늘어나서 청년기획자들이 새롭게 도전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12일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플로깅을 문화사업화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영근 ㈜프린지 대표가 12일 인천시 서구의 한 카페에서 플로깅을 문화사업화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플로깅 기획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선한 영향력에서 보람을 찾는다. 환경을 지키는 활동을 한다고 생각하면 조금 지치다가도 힘이 난단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활동을 하다 보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을 들고 와 나눠 주는 일은 다반사고, 행사도 제 일처럼 돕는다. 이 대표는 주민들과 소통하고 네트워킹하는 일을 "돈으로 할 수 없는 가치"라고 표현했다. 

특히 플로깅 모임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며 플로깅이 지역 문화로 자리잡겠다는 생각을 한다. 프린지 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자 중 경북 김천에 사는 회원이 그곳에서 또 플로깅 모임을 만들었단다. 이런 식으로 전파된다면 인천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플로깅 문화가 확산 가능하다고 여긴다. 그 과정에서 ‘쓰담걷기(쓰레기 담으며 걷기) 조례안’ 등을 만들어 플로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대표는 "저도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 400명이 붙었고, 이런 활동이나 에너지를 보시고 ‘나도 우리 동네에서 한번 만들어 볼까’하면서 또 새로운 리더가 생겼어요. 각자 지역에서 또 다른 플로깅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 선한 영향력이 지역을 떠나 많이 번질 수 있구나 생각하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누구나 플로깅 캠페인에 참여 가능하고, 공연도 즐기며, 다양한 놀이를 통해 환경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로 인해 조금이나마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기고 주민들의 변화가 생기길 희망합니다. 앞으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계속 기획할 계획입니다"라고 했다.

# 이영근 ㈜프린지 대표 프로필

 - 현 ㈜프린지 대표

 -전 ㈜디피에스컴퍼니 실장

 -전 금천문화정원아트홀 팀장

 -전 ㈜삼형제엔터테인먼트 팀장

 -2021 인천서구문화재단 청년기획자 3기 선정

 -2022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 12기 선정

 -2022 인천서구문화재단 회복의날 추진위원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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