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평생 자연의 다양성을 연구한 한국이 낳은 석학 최재천 교수는 최근 대중을 대상으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에 따르면 이 표현은 원래 옥스퍼드대학 교수인 윌리엄 해밀톤이 자신의 문학적 취향을 반영해 역설한 것이라 한다. 여기서 ‘순수’라는 어휘는 ‘유전자의 다양성이 결여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결국 우리가 자연의 순수함을 줄이면 자연은 그 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연의 다양성’은 이제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구에 회자되는 말이 됐다. 현재 우리가 장기간에 걸쳐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야생동물의 자연환경이 파괴돼 자연의 다양성이 줄어듦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자연의 복수라 할 것이다. 

다양성은 인류 문명을 낳고 성장·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이는 우리가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터득한 오랜 진리다. 자연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다양성을 늘려 가고 분화시키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인위적으로 그것을 억제하거나 파괴할 때 돌아오는 대가는 엄청난 후유증을 남긴다. 예컨대 우리가 좋아하는 자연 속의 곤충이 지나치게 많아져서 우리에게 피해를 가져올 때 우리는 그들을 해충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박멸, 퇴치, 종식시키려 한다. 그렇지만 곤충들은 강력한 살충제에도 살아남아 자연에 보금자리를 튼다. 생존하는 과정에서 면역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면역력은 바로 다양성에서 나온다.

이는 자연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문화 영역인 정치도 마찬가지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해 여성 장관을 50% 임명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그는 인종적·문화적·성별·신체적 다양성 등을 고려해 내각을 구성했다. 이런 아름다운 내각의 다양성으로 국정을 운영해 그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정치인이자 이민 천국이란 국가적 명예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이 문화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래의 사회이자 정치적 모습이 아닌가. 문화의 다양성은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최 교수는 주장한다. "유전자는 섞여 있는 게 좋은 것이다. 보다 많은 다양성을 품어야 그 사회는 그만큼 좋은 것이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란 이상한 신화를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단일민족이 아니다. 이는 역사학자, 인류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민족 국가로 가고 있다. 즉, 유전자가 다양한 문화가 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해 가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생존 전략이다. 왜냐면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 왔기 때문이다. 이를 거부하는 문화는 어떤가? 북한을 보라. 1인 독재자의 일사분란하고 질서정연한 통치 아래 3대째 독재국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선 창의성이 나오지 않는다. 창의성은 사람들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3대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그저 역사상 변종에 가까운 예외일 뿐이다. 

우리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과거 획일적이고 단순한 산업화와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른 생각을 기반으로 일제식, 주입식, 경쟁 교육으로 일관한 결과 현재 다양성 측면에서 극히 함량 미달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디지털 문명의 대전환에 따른 교육개혁이 시급하다. 우리의 교육도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 왜냐면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 왔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인류의 유전자는 더욱 풍부해졌다. 이는 철새들이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해 일부가 죽어감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매년 생존해 가는 것과 유사하다. 유전자의 다양성 때문이다. 사육장에서 키우는 알을 잘 낳는 복제된 닭이나 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에 전멸한다. 여기서 우리는 자연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비결만이 교육에도 적용돼야 함을 교훈으로 얻는다. 획일적인 사고나 방법의 교육은 생존에 한계가 있다. 우리가 단일민족의 허상을 지우듯이 교육입국(敎育立國)을 지향하는 우리 교육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필수 전략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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