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공철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최근 주요국의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2022년 7월 6.0%)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일부 국가에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사례는 다수 있으나 글로벌 차원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의 물가 급등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이후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기에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확대된 수요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최근까지 풍부하게 공급한 유동성도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부각되는 가운데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속속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 뉴욕타임즈는 올해 들어 적어도 75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해 1981년(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확산이 우려되자 연준은 6월 연방기금 금리를 일시에 75bp나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고, 이러한 행보는 7월에도 이어졌다. 

 유럽에서도 물가 오름세가 심상찮음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이 11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고, 영란은행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하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한국은행도 불안한 물가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사상 최저 수준(0.5%)으로 내렸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부터 6차례에 걸쳐 인상해 현재는 2.25%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 한번에 50bp나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며, 국내 물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인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유례없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더 높은 인플레이션이 초래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인플레이션의 급등과 중앙은행의 대응은 우리가 앞으로 직면하게 될 경제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고 작은 위기가 반복되면서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장기간의 초저금리 시대가 열렸다. 이는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영끌, 갭투자, 코인테크 등 신조어가 생겨나고 많은 국민들은 재테크를 통한 재산 불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은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고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그런 환경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산시장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여건 변화를 볼 때 이러한 흐름에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며 고금리가 고착화될 수도 있고, 아니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 다시 올 수도 있다.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고 중앙은행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는 작금의 상황을 예측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금융위기 직후 초저금리가 이토록 장기간 이어질지 전망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경제활동은 대부분 미래를 보고 이뤄진다. 취업이 그렇고 투자도 그렇다. 특히 투자의 성패는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달렸다. 따라서 과거의 관성을 믿고 과도한 부채에 기반해 이뤄지는 투자가 급변하는 경제환경 하에서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빚쟁이 발 뻗고 잠 못 잔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부채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과도한 부채는 늘 위험을 내포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부채 문제 전반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지 않나 싶다. 역사상 경제위기는 거의 예외 없이 과다 부채 문제로부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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