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9일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해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경영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조직 정원 및 간부직 감축, 호화 청사와 기관장 집무실 축소,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삭감, 민간과 경합하는 업무 축소, 불필요한 사업이나 골프장·콘도 회원권 매각 등 그간 지적된 낭비적 요소가 총망라됐다.

지방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7월 27일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 혁신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역시나 문제투성이었다. 지방공공기관 수가 2016년 1천55곳에서 2021년 1천244곳으로 증가했다. 반면 기업 회계기준이 있는 지방공사의 1인당 매출액은 같은 기간 2억7천100만 원에서 2억6천400만 원, 1인당 영업이익은 1천100만 원에서 -1천800만 원으로 악화됐다. 양적으로 팽창했으나 생산성과 경영성과는 추락한 셈이다. 그 결과가 부실 사업·부채 규모의 증가다. 이것을 줄여야 한다.

동시에 명심할 점도 있다. 구조조정은 강력히 추진돼야 하나 이것만으로 공공기관의 체질이 ‘혁신적 조직’으로 거듭나긴 힘들다. 두 가지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혁신은 본질적으로 ‘성공의 가능성보다 실패의 위험이 높은 적극적 행동’이 요구된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선 관행적으로 ‘위험 최소화’가 업무의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이렇게 위험감수(risk-taking) 자체를 거부하는 조직문화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다. 결국 ‘실패에 대한 용인,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같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리더십도 문제다. 민간 기업가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전념한다. 인사·재무·연구·생산·물류는 물론 고객 관리 및 사회적 활동 등이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공공기관에선 정권의 주요 인사가 보상적 차원에서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 해로운 건 이런 낙하산 인사들이 사적·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그 자리를 악용한다는 점이다. 뼛속까지 가치 창출과 혁신 마인드로 무장한 민간 기업가들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공기관에 대한 업의 개념, 리더십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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