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구지편’의 압권은 이 여덟 글자라고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처녀처럼은 ‘얌전하고 아무런 흐트러짐 없이 조용하며 처신하는데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그런 정숙한 처녀에 기댄 표현이다. 따라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는 최대한으로 자중하고 절제하며 조심하는 것을 권하는 것.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는 마치 도망치는 토끼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빠르게 움직이고 상대의 예측과 다른 방향으로 내달리듯이 행동하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신속 정확하게 움직여 상대로 하여금 어찌해볼 방도를 찾기 어렵게 하라는 지적이다. 이 구절은 때로 ‘사자가 작은 여우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처음에는 조심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다가 적당하다고 여겨지는 거리가 되면 최대한 속도를 내어 덮쳐간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중요하고 꼭 필요한 자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다고 하기 이전에 준비해야 할 바 많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서 최선을 다하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요즘 나라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처녀처럼, 토끼처럼’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하고 것 같기만 하다.  <중국인문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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