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미추홀구 주안동 석바위시장.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 최대 규모의 이 시장은 주변에 석바위시장역, 간석역, 주안역 등이 자리잡아 교통편의성이 뛰어나다.

다양한 먹거리뿐만 아니라 온라인 마켓을 활성화한 디지털 현대 시장으로 자리잡은 석바위시장은 200여 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대규모 시장으로, 상인들의 연령층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해 신구 조화를 이룬다.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돕고 슬픔을 함께 나누는 이곳 상인들은 환경오염을 막고자 시장 내 비닐봉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폐우산으로 석바위시장만의 유일무이한 장바구니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이웃들을 위해 석바위시장 상인들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음식을 꺼내 먹는 나눔냉장고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냉장고는 상인들 스스로 채워 넣을 계획이며, 시장을 찾는 어려운 이웃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고 시장 측은 설명했다.

인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석바위시장 전경.
인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석바위시장 전경.

# 접근성이 뛰어난 인천 최대 규모 전통시장

석바위시장은 전통시장의 역사로만 놓고 보면 50년이 조금 넘지만 이미 훨씬 전부터 상거래 기능을 수행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 역사는 200년을 훌쩍 넘는다.

이는 조선후기에 세워진 화도진이 그려진 ‘화도진도’를 통해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화도진도를 보면 주안포의 갯골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커다란 바위산을 ‘석암’으로 표기해 바위산 북쪽의 도로 주변에 주막으로 보이는 여러 채의 집들이 자세하게 묘사됐는데, 이를 통해 석바위시장 전신이 ‘석암주막거리’였다는 사실이 파악된다.

김종철 석바위시장 상인회장은 "과거 석암주막거리였던 시절 농작인들이 열무·배추 등 채소를 직접 키워 장터에 나와 팔았다"며 "150년 정도 장터 기능을 하다가 1975년 석바위시장으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먹거리 8대 천왕’ 

1975년 이후 현대적 시장으로 거듭난 석바위시장은 2015년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다시 한번 새롭게 태어났다. 시설 현대화사업을 통해 고객센터와 화장실 등을 준공했고, 시장의 대표 캐릭터인 ‘석짱이’를 만들었다.

석바위시장 상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특색을 갖고 싶어 시장 내 입점한 먹거리 점포 중 가장 맛이 좋아 인기를 끄는 8개 점포를 선정해 ‘먹거리 8대 천왕’이라 부르는 등 특색을 갖춰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석바위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맛이 좋고 유명한 8개 점포를 선정해 8대 천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당시 8대 천왕이 지역 대형 백화점 지하에 입점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했다.

석바위시장이 큰소리치는 8대 먹거리 천왕에는 토스트, 호떡, 떡볶이, 칼국수, 순대, 선식, 김, 견과류 등이 포함됐다. 특히 토스트와 닭강정은 인천에서도 꽤나 유명세를 탄다. 이 중 ‘석바위토스트’가 가장 유명하다. 석바위토스트는 노점상으로 시작해 점점 유명해지면서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를 30여 개 보유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인천지역에는 신포닭강정이 유명세를 떨치지만, 석바위시장에도 이와 버금가는 유명한 닭강정 상점이 즐비하다. 석바위시장 닭강정 점포는 인천우수시장박람회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을 본 뒤 1위를 결정하는 대회에서 가장 맛있는 닭강정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디지털 시장으로 변신

코로나19로 장기간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지며 온라인 마켓의 중요성이 점차 커졌다.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해도 감염 걱정은 결국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과 모바일 마켓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기에 충분했다.

결국 석바위시장도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마켓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고 상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자는 목표를 설정, 22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e음 시장 장보기 플랫폼’에 석바위 온라인 마켓을 입점했다.

이용객이 e음 모바일 앱을 통해 석바위시장의 물품을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장 인근 2∼3㎞에 사는 주민들은 이용 가능하다. 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e음 앱에서만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도 1일 매출은 200만 원 이상을 기록한다.

고현석 석바위시장 문화관광형사업단장은 "e음 장보기 서비스는 인천시, 중소벤처기업부, 석바위시장 상인들이 함께 참여해 열심히 준비해 만든 결과물이자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전통시장의 불황을 이기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는 ‘e음 택배서비스’를 도입·시행해 온라인 마켓의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효과는 더욱 커졌다.

#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는 시장…이웃 사랑도 금메달급

석바위시장은 지역 여타 전통시장과 달리 상인의 연령대가 상당히 젊은 편이다. 30∼40대가 40% 이상을 차지해 청년 상인이 많다.

석바위시장 상인들의 연령대가 젊어진 결정적 이유는 상인회 측에서 젊은 상인들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도움을 주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젊은 상인들이 들어와 신구 조화를 이루고 다양한 이용객들을 맞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종철 시장 상인회장은 "청년 상인들의 점포가 많이 입점하면 상인회 측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며 "참숯김은 석바위시장에 입점하자마자 맛이 좋아 방송 출연을 하도록 시장 측에서도 도움을 줘 큰 인기를 모은다"고 자랑했다.

이미 신구 조화를 완벽하게 이룬 석바위시장 상인들은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함은 물론 이웃의 어려움도 함께 나누려고 ‘나눔냉장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나눔냉장고는 시장 상인들이 끼니를 거르는 이웃들을 위해 냉장고 안에 음식을 넣어 두고, 어려운 이웃 누구나 배고플 때 꺼내 먹도록 도움을 주는 사업이다.

이 밖에 석바위시장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범인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폐우산으로 자체 제작한 장바구니를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등 환경보전에도 힘쓴다.

인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석바위시장 전경.
인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석바위시장 전경.

# 석바위 야시장은 언제쯤

2017년 처음 시작한 맥주축제는 석바위시장만의 자랑거리다. 여름 더위가 절정일 때 시원한 수제 맥주와 함께하는 석바위 야시장은 이미 인천시민에게 입소문이 나 많은 이용객들이 시장을 찾는 하나의 특색사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수제 맥주는 모두 4종(상큼한 석바위, 부드러운 투미, 흑맥주 메모리추, 쌉쌉한 홀리데이)으로 고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석바위시장 한편에는 ‘하늘정원 입구’라는 공간이 마련돼 이곳에서 다양한 공연을 하면서 맥주축제를 찾는 시민들에게 더 큰 재미를 선사한다. 전통시장에서 만나는 감미로운 가을 발라드는 달달한 선율을 타고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감성을 흔든다. 더불어 수제 맥주 제조 방법을 배우는 강의 공간도 마련됐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거리 두기로 맥주축제가 열리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추이를 지켜본 뒤 개최 여부를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김종철 시장 상인회장은 "일종의 야시장으로 맥주축제를 열었는데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2020년부터 열지 못했다"며 "코로나19가 완화된다면 이전에 시행했던 맥주축제 등을 다시 시작해 석바위시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려고 석바위시장 측은 이용객 편의를 위한 주차장을 신설해 100면이 넘는 주차장으로 이용객을 맞는다는 각오다. 

 강인희 기자 kyh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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