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이 작가가 지난달 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운영 중인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한솔이 작가가 지난달 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운영 중인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평에서 공간을 시작하면서 ‘인천을 가장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도시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베스트셀러나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나의 생각을 글이나 책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인천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천시 부평구엔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이 있다. 작가를 지망하거나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면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만하다. 글 한 줄 쓰는 일도 어려운데 작가가 된다니. 동시에 한 문장이라도 내 글을 쓰는 누군가는 책을 펴내고 싶다는 로망을 갖기도 한다. ‘책을 쓴다’는 행위에 부담을 느끼거나 방법을 몰라서 시도를 못하거나 하지만 말이다.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는 그 꿈을 이뤄 주는 곳이다.

 ‘쓰는 하루’에서 만난 김한솔이(35)작가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방법을 알려 준다. ‘쓰는 하루’의 출발은 2019년 11월이었다. 김 작가는 남편과 2년간의 세계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 공간 운영을 시작했다. 그가 여행하는 동안 꾸준히 책을 쓰는 모습을 본 여행자들은 "언젠가 나도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보기에는 이미 책으로 만들 만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 많았다.

김한솔이 작가와 남편 김효섭 씨가 편집작업을 했다.
김한솔이 작가와 남편 김효섭 씨가 편집작업을 했다.

 김 작가는 "‘왜 출판은 항상 어렵게 느껴지고, 진입 장벽이 높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면 우리가 한국으로 가서 ‘누구나 작가가 될 만한 곳’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정말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했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창작할 만한 곳을 내자 해서 출판 스튜디오 ‘쓰는 하루’가 만들어졌어요"라고 했다.

 3년 전 처음 ‘쓰는 하루’를 열었을 때만 해도 동네에 녹아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바로 책 만드는 수업을 시작하기엔 주민들이 느끼는 진입 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공간에 오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든 뒤에는 전시회 기획이나 독립 서적 소개, 가벼운 글쓰기 강좌부터 차근차근 해 나갔다. 이후부터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책을 비교적 단시간에 많이 만들었다.

 김 작가는 "‘쓰는 하루’에 오시는 분들이 ‘작가가 아닌데 책을 써도 되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하세요. 그러면 저희는 ‘내 인생의 이야기를 쓸 인물은 오직 나밖에 없고,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작가’라고 말씀드립니다. 출판사를 겸하면서 정식 작가님들과도 계약을 하지만 원석 같은 분들을 만나서 함께 기획하고 책을 많이 냈어요"라고 말했다.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소개하는 외부 간판.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소개하는 외부 간판.

 그는 쓰는 즐거움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 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출판 기획부터 내가 하고 싶은 원고로 쓰는 법, 수강생들과의 합평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독자가 돼 준다. 그 과정을 통해 김 작가는 책을 만들어 주기보다는 책 쓰는 법을 알려 주고 싶단다.

 그는 "항상 글쓰기는 수학이 아니라서 정답이 없고 공식이 없다고 말씀드려요. 나와 상대방이 쓴 글을 비교하는 차원이 아니라 ‘저렇게도 생각할 여지가 있구나’하면서 문장을 수집하라고요. 마치 라디오를 듣듯 서로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그런 식으로 조금 유쾌하게 수업을 진행해요"라고 설명했다.

 인천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왜 서울에서 공간을 열지 않았느냐’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김 작가는 인천사람들이 서울에 문화를 즐기러 가는 일이 많은 가운데 이런 공간이 인천에 생기면 훨씬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만큼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역 내 도서관, 학교, 재단 등과 다양한 컬래버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갔다. 지금은 ‘쓰는 하루’에서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이나 그 가족, 작가의 꿈을 가진 이들,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김 작가는 그 속에서 꾸준히 ‘기획’을 했다. 책을 쓰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는 모든 과정에서 기획이 우선된단다.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소개하는 짧은 만화.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소개하는 짧은 만화.

 김 작가는 "옛날에는 제가 단순히 책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는데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식으로 책을 써 보면 어떨까요?’ 이야기를 하면서 생각보다 기획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어떤 분들은 이제 꾸준히 쓴 글들을 나중에 모아 책을 낸다고 하는데 저는 기획을 먼저 하는 편입니다. 직접 기획을 해서 책을 쓰기도 하지만 작가를 꿈꾸는 분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분들과 기획을 하는 편집인으로 활동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의 기획으로 나온 첫 책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는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받았다. 모녀 여행하면 떠오르는 효녀 여행이 아닌, 엄마와 싸우고 화해하면서 점점 친구가 돼 가는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고 싶었단다. 이후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 씨」, 「적당히 불편하게」, 「게을러도 여행은 하고 싶어」 등의 책을 꾸준히 펴냈다.

 김 작가는 "뭔가를 꼭 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재 나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글과 그림을 쓰는 듯싶어요. 글은 따뜻하게 쓰고 싶어 하는데 그림은 되게 유쾌하게 그리고 싶어 해요. 우울함보다는 조금 밝고 긍정적인 상황을 좋아해서 그런 감성을 나타내려고 글과 그림을 함께 담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 구상 중인 작품은 두 가지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만들어 온 커리큘럼을 보다 보편화해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한다. 또 하나는 청소년 소설을 쓰려 한다.

 김 작가는 "여기서 만난 분들 중 글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생각지 못했던 사람들의 고민과 인생의 단면을 엿보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눈물을 흘릴 일도 많았고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제가 감히 에세이로 옮기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소설을 빌려 전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김한솔이 작가가 지난 달 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운영 중인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자신이 쓴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한솔이 작가가 지난 달 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에서 운영 중인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에서 자신이 쓴 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쓰는 하루’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작가가 배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간을 시작하며 부평 혹은 인천을 가장 많은 작가를 배출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내 인생을 출판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많은 사람들이 정규적으로 글을 쓰는 일종의 학교 같은 곳을 만들었으면 한다.

 ‘쓰는 하루’에서 배출한 작가들이 다시 새로운 작가 탄생을 돕는 선순환 구조도 이어가고 싶다. 글쓰기 수업을 듣고 책을 만든 작가가 ‘쓰는 하루’에서 강연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 강연을 통해 꿈을 꾸는 방식이다.

 선순환에 대한 꿈은 어느 정도 실현되려는 움직임이 있다. 김 작가는 "상상했던 선순환 구조가 이제 가능해졌어요. 조만간 우리 공간에서 작가로 데뷔하신 분들을 통해서 또 새로운 콘텐츠를 전할 계획입니다. ‘쓰는 하루’에서 출판하셨던 분들이 지역 도서관에서 강연을 하시기도 하고요. 선순환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고민을 많이 합니다. 어렵지만 실현되고 있어요. 실현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라고 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 김한솔이 작가 프로필

 제3회 브런치 출판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730일의 부부 세계여행 중 출판사를 차리고 싶어 여행을 접고 귀국했다. 그 후 남편과 함께 ‘누구나 작가가 되는 곳’ 출판스튜디오 ‘쓰는 하루’를 만들어 출판 기획자로 살아간다.

 다정하고 울림이 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자꾸만 유쾌하고 귀여운 책을 쓰고 그리게 된다. 지은 책으로는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 씨」, 「적당히 불편하게」, 「게을러도 여행은 하고 싶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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