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가까운 벗, 가족과 같이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우정으로 연을 맺은 사람을 우리는 친구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행은 누가 친구가 아닌지를 보여 준다"고 했고, 인디언들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친구를 정의했다. 이와 같이 친구는 기쁘고 즐거울 때만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에도 곁에서 힘이 돼 주는 벗을 말한다. 옛말에 "세 명의 진정한 친구를 만났다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세월이 더해갈수록 우정 어린 친구는 쉽게 만들 수도 없음을 절감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시트콤 ‘프렌즈’는 이름 그대로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 속에서 사소한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웃음과 감동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1994년 첫 방송을 시작해 10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온 만큼 해당 프로그램은 시청자를 친구로 만들었다. 그들의 집에 초대돼 동고동락했다고 느낄 만큼 대중을 매료시켰다. 그 프로그램이 종영 이후 17년 만에 여섯 명의 완전체로 동창회를 진행했다. 그것이 바로 2021년 대중을 다시 찾은 ‘프렌즈 리유니언’이다. 

드라마는 대학을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25세의 여섯 청년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승부욕이 강한 요리사 모니카, 고생물학을 전공한 엘리트 박사로 잘난 척도 하지만 허당끼가 많은 로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나 누구보다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사차원 히피 음악가 피비, 썰렁한 유머에 진심인 회사원 첸들러와 그의 룸메이트인 배우 조이. 마지막으로 부잣집 철부지로 살았으나 다섯 친구들의 도움으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홀로 서기에 성공한 레이첼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직장을 구하고, 연애를 하고, 휴가를 함께 즐기고, 밥을 같이 먹고, 빨래도 하는 등 일상적인 내용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훈훈하게 다룬 이 작품은 더 나아가 10년간 장수하며 자연스레 청년에서 장년으로 성장한 주인공들의 변화된 삶, 이를테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의 이야기로 확장돼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을 끌어냈다. 큰 인기 속에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작품은 이후 후속 시즌이나 극장판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게 종영 후 17년 만인 2021년 여섯 친구들은 50대 후반 중년의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그 모습이 바로 ‘프렌즈 리유니언’이다. 

‘리유니언’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첫 방영이 있기까지의 캐스팅 비화, 제작 당시 모습,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작품이 갖는 의미와 대중에게 미친 영향력 등을 자료 영상과 인터뷰로 담았다. 새로운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주인공들은 시즌10의 마지막 회에서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 시절 각자의 고민과 불안이 해소된 해피엔딩으로 끝맺었는데, 다시 시작될 경우 그 평화를 흩트려 놓아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마치 옛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감상과 젖게 하는 ‘프렌즈 리유니언’은 그 시절을 추억하는 팬들에게 따뜻한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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