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인천시 중구 극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오연주 극단 상상이상 대표.
9일 인천시 중구 극단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오연주 극단 상상이상 대표.

"영·유아를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예술가의 태도가 바탕이 되는 영·유아 극은 어떤 모습일까?", "영·유아의 발달 과정에 적합한 연극이 가능할까?", "함께 관람하는 보호자도 감동하려면?", "어떻게 그런 영·유아극을 만들까?"

 하나의 극을 만들며 고민을 던지고 답한다. 문답에는 나이나 성별 등의 조건 없이 인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내면의 태도가 묻어난다. 이미 온전한 존재이자 시민인 아이들이 참여하고 경험하는 공연을 만든다. 극단 ‘상상이상’과 오연주(39)극단 상상이상 대표의 이야기다.

 상상이상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관객을 존중하는 예술가들이 이상(理想)을 상상하며, 상상 이상(以上)의 그 무엇을 만들려는  ‘공연&예술교육’ 극단이다. 독립공연예술가들이 모여 창단, 각자 개인 작품을 창작·연출·출연하는 동시에 조화로운 협업을 통해 극단의 작품을 개발한다. 참여 예술가는 모두 문화예술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공연 창작과 예술 수업을 넘나들며 다양한 지역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을 연다.

 상상이상이 만들어 가는 과정은 ‘상상 이상의 멋진 일’이었다. 3명의 예술가가 2019년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의 1인 예술가 워크숍에서 만났다. 워크숍이 끝나고도 자체적으로 후속 모임을 진행하던 중 인천문화재단의 해외 전문가 연계 문화예술교육 연수 ‘눈으로 말해요! 아동극과 영·유아’를 세 사람이 같이 듣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A-round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선정됐다. 이탈리아의 영·유아극을 만드는 극단들과 크로아티아의 인형극 축제 탐방을 통해 상상이상의 대표작인 ‘배 안에서’가 태어났다.

오연주 대표와 어린이날 행사에 사용한 방정환 선생 인형.
오연주 대표와 어린이날 행사에 사용한 방정환 선생 인형.

 오연주 대표는 "대표작인 ‘배 안에서’를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같이 극단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극단을 만들어야지!’하고 결심하지는 않았는데, 순간순간 충실하게 좋아하는 일들을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극단이 만들어졌어요.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한 일이죠"라고 말했다.

 상상이상의 대표작 ‘배 안에서’는 하늘의 아이들이 보름달 할머니의 인도를 받아 땅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15∼20개월 된 아기와 그 부모들을 위한 관객 참여 영·유아극이다. 발도르프 교육학을 바탕으로 영·유아들이 천연 소재 오브제들을 활용해 자유롭게 몸으로 경험하도록 하는 공연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모든 관객을 존중하는 태도로 공연에 임하는 마음이 상상이상 작품의 특징이다.

 오 대표는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온전한 존재로서 깊이 존중하려 해요. 무엇이 됐든 그 태도를 바탕으로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겉보기에 화려하고 그럴듯해 보이는 일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일에 초점을 맞춰서 작업해 나갑니다"라고 설명했다.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 가다 보니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단다.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상상이상의 작품 속에서 빛나는 관객들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다. 아기든 엄마든 아빠든 노인이든 나이와 상관없이 저마다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관객들을 보면 오 대표에게도 그 행복이 스며든다. 

 오 대표는 "베이비 시어터 ‘배 안에서’ 첫 공연을 했을 때, 관객 중 어머님 한 분이 공연 끝나고 우셨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공연에 데려온 둘째가 사실은 그렇게 원했던 아이가 아니어서 좀 힘들었는데, 이 아이가 엄마인 나를 찾아서 왔다는 공연 내용에 여러 감정이 일어난 듯싶더라고요. 그럴 때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큰 울림을 주는구나 싶어서 보람도 있고, 더더욱 정성스럽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라고 했다.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내며 공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맞아. 아기들도 이미 온전한 한 사람이지"라는 감동도 느낀다. 베이비 시어터로 시작된 대표작 ‘배 안에서는’ 피드백 과정에서 마더 시어터와 시니어 시어터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됐다. 시니어를 위한 작품을 할 때 역시 충실하게 살아온 이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다 보면 숭고한 기분이 든다.

 상상이상의 구성원들은 극단 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활동을 활발히 한다. 오 대표는 춘천인형극제에서 올해 상반기 열렸던 퍼펫테라피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 보다 깊이 있는 작업을 이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삶에 선물처럼 찾아오는 아이디어의 작은 조각들이 작품으로 발전하려면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예술가’라 칭하기 멋쩍어 그는 예술가를 ‘통로’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예술가는 어떠한 영감이 찾아와 작품으로 태어나기까지의 통로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든 작품이지만 내 것이라고만은 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그저 제가 할 일은 이 통로인 나 자신을 잘 갈고 닦아 좋은 작품이 태어나도록 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청년예술가로서 바라는 점을 묻자 보다 많은 청년들이 인천으로 왔으면 한다고 했다. 상상이상은 창단한 지 얼마 안 된 단체임에도 지역에서 좋은 기회들을 많이 얻었기 때문이다.

극단 상상이상의 관람객 참여 공연 모습이 기록된 사진.
극단 상상이상의 관람객 참여 공연 모습이 기록된 사진.

 오 대표는 "하나 제안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예술단체들은 지원사업 없이 자립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원사업 안에서도 다양한 작업들을 시도해 보고 각자의 작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도록 연계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행정적인 일을 간소화하는 방법이 있거나, 행정적인 부분을 처리할 때 좀 더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면 좋겠어요. 인천에서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지만요"라고 했다.

 상상이상은 올해 대표작 ‘배 안에서’를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특화거리 점점점’ 사업을 통해 청소년을 위한 작품으로도 확장해 보려고 한다. 또 현재 부평구문화재단 부평문화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만 3~5세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후 부평구의 어린이집을 방문해 장애·비장애 통합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형극에 관심이 깊다. 올해 상반기 퍼펫테라피 워크숍에 참여했던 이들과 ‘열공 중’이다. 하반기에 심화 워크숍이 열리는데, 열심히 배워서 좀 더 깊이 있는 작업들을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알렉산더 테크닉 교사로서 스스로뿐만 아니라 동료 예술가들 모두 심신이 건강한 상태로 예술 작업을 지속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

 오 대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돕고 싶어요. 물론 저희부터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세상을 위해 애쓰기 이전에 그저 자기 자신으로서 하고 싶은 일들을 담담하게 해 나가다 보면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삶에 온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하고 웃어 보였다.

# 오연주 극단 상상이상 대표 프로필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극단 상상이상 대표, 공연예술가이자 예술교육가, 알렉산더 테크닉 공인 교사로 활동한다. 

 대표작으로는 베이비 시어터 ‘배 안에서’(공동 창작), 관객 참여 테이블 인형극 ‘동글납작 어느 씨앗 이야기’, 테이블 인형극 ‘재미있고 서늘한 느티나무 신세 이야기’(방정환 작), 아주작은극장 ‘커다란 귀’ 등이 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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