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복수 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과 교수
최복수 인하공업전문대학 호텔경영과 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난 2월 말 시작되고 이제 5개월 정도가 지났다. 당시 언론들은 러시아가 1주일 정도면 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도가 주류였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오히려 현재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과 헤르손 지역을 공격 중이고, 크림반도까지 회복하려고 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전쟁의 원인을 러시아의 입장에서 본다면, 러시아의 흑해를 통한 지중해로의 진출을 목표로 하는 패권주의와 우크라이나를 NATO와의 완충지대로 하려는 전략적 판단에서 시작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패권주의와 관련해서 러시아는 미국을 필두로 하는 서방과의 hegemony(주도권) 싸움과 관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성학은 푸틴주의의 핵심 요소를 민족주의, 종교, 사회적 보수주의, 국가 자본주의 그리고 정부의 언론 지배 등으로 요약하면서 "이것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 관용과 국제주의에 바탕을 둔 근대 서양의 가치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은 서방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으며, 오히려 유일한 생존의 길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러한 푸틴의 생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발발하게 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우크라이나를 NATO와의 완충지대로 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이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식량, 산업 등에서 가치는 물론 지정학적 위치 등에서 러시아에겐 중요한 거점이라는 것이다. 동유럽 국가들이 점차 EU와 NATO에 가입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NATO 확대로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잠식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안보이익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테다.

예를 들어 미시적인 측면에서 만일 우크라이나가 서방 측으로 기운다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직선거리는 약 750㎞ 정도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단·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만 도입해도 즉각 모스크바에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헝가리·크로아티아·루마니아·발트3국은 EU와 NATO 가입국으로 이들 나라에 대한 군사적 행동은 유럽 전체와 미국과 전쟁을 하는 것으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약한 고리라고 인식이 됐을 우크라이나 침공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한편, 미국은 그동안 자국 주도의 NATO와 유럽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인접국들이 EU와 NATO에 가입한 상황으로 사실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정치적인 측면에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얻은 것이 많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정치적 부담과 경제적 타격, 군사적 측면에서 국제적 위상에 상당한 타격이 예측된다. 

이번 전쟁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현재 중국이라는 패권국가와 인접하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연관된 세계적 영향력 확대와 타이완의 통일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중국’ 등의 정책이 미국의 정책과 상충하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우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미국과 서방의 hegemony 싸움에서 우리나라가 국제 질서에 편승한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있다. 

우리 주변에서 중국은 타이완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고, 이번에 공개된 비밀문서에는 중국이 대한민국을 침공하려는 계획도 있었다는 것이 회자되기도 했다. 일본은 군사력 강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사사건건 우리에게 딴지를 걸고 피곤하게 하는 형국이다. 

세계 질서는 재편되고 있다. 치열한 패권주의 사상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결국 ‘우크라이나 사태가 왜 일어났는가’를 분석하는 일은 우리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미래에 대한 행동의 방향을 결정해 준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중립적인 외교가 중심이었다면 이번 윤석열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같이 보는 관점에서 국제 정세를 보는 듯하다. 나라 간에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이 지금 국제 정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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