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최계철 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목욕은 언제 했는지 모를 지저분한 행색, 누더기 조끼와 낡아빠진 군복 바지, 중공시절의 당 간부나 썼을 법한 빵모자, 땟국 흐르는 가방을 메고 휘적휘적 거리를 쏘다닌다. 필자는 중광스님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이런 모습이었다고 한다. 

 세상의 온갖 비난과 욕설을 술과 안주 삼아 취해가면서 도저무비(到底無非)의 예술세계를 펼친 중광스님은 스스로를 걸레라고 했다. 1977년 영국 아시아왕실협회가 방한해 열린 행사에서 중광은 예의 기괴한 복장으로 나타나 「나는 걸레」라는 시를 읊었다. 그 후부터 걸레스님으로 불렸다.

 "걸레는 다 떨어지면 쓸모가 없어서 사람들이 쓰면 쓰고 버리면 버리는 물건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남을 것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것은 큰 허물이다. 내가 무엇이기에 남이 지니고 있는 더러움을 맑혀주겠는가, 나는 수동적으로 쓰여지는 걸레이다.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 

 걸레는 헝겊이나 헌 행주 등 더러운 바닥을 청소할 때 쓰는 도구다. 대걸레라고도 하며 영어로 Mop(맙)이다. 우리는 걸레를 헤프게 몸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럼 중광은 청소도구였던가. 아니다. 필자는 중광을 마퍼(Mopper)로 부른다. 걸레를 사용하여 세상의 더러운 것, 추잡한 것을 깨끗이 닦는 사람을 말한다. ‘a worker who a mop to clean a surface’가 맞는 표현이다. 

 나무 마루가 깔린 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에게 마포 하면 기름 대걸레가 떠오른다. 중광을 마퍼로 부르는 근거로는 「나는 걸레」라는 시가 영어로 번역돼 처음 세상에 발표 될 때 배포된 영문 번역에는 ‘I’m A Mopper」로 되어있었다는 점을 든다. 그게 달라져서 그 다음부터의 영문표현이 「I’m A mop」로 바뀌었다. 

 핸드볼, 배구 농구 등 실내 경기장에는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가 있는데 그게 바로 마퍼(mopper)이다. 코트 밖에서 무릎을 꿇고 대기하고 있다가 심판이 신호를 하면 재빨리 마대걸레나 수건을 들고 나와 바닥에 떨어진 선수들의 땀이나 오물을 닦는 사람들이다. 

 

 나는 걸레

 반은 미친 듯, 반은 성한 듯

 사는 게다.

 

 삼천대천세계는

 산산이 부서지고

 나는 참으로 고독해서

 넘실넘실 춤을 추는 게야.

 

 나는 걸레.

 

 중광은 더러운 곳을 닦거나 훔치는데 쓰이는 수동적인 걸레가 아니었다.

 중광은 자신이라는 걸레(Mop)로 더러운 세상의 바닥을 깨끗이 닦으려 했던 사람(Mopper)이었다. 허울과 명예, 거짓과 위선, 지키지도 못할 규율이 넘치는 세상을 닦을수록 자신은 더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걸레가 더러워질수록 세상은 깨끗해지는 것이다. 

 랑커스터 박사는 The Mad Monk의 서문에서 "중광이 걷는 길은 우리들 대부분이 따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누가 어떤 평을 해도 괘념치 않았던 중광의 용기는 자신을 가장 천한 밑바닥에 내려놓고도 초연했던 무애(無碍) 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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