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진 검단탑병원 심장내과  과장
김학진 검단탑병원 심장내과 과장

2021년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의 30%인 1천200만 명이 가진 ‘국민병’이며, 전 세계 사망에 미치는 기여도가 흡연, 당뇨병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료실에 있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은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를 너무나 흔하게 봅니다.

평소 특별한 질환이 없던 60세 여성 박모 씨는 1개월 전부터 활동 시 숨이 차고 다리가 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1주일 전부터는 밤에 누우면 숨이 차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가 돼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박 씨의 키는 155㎝, 몸무게는 70㎏으로 비만이지만 1개월 전까지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활동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박 씨는 10년 전부터 공단검진에서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측정됐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내원 당시 혈압은 180/100mmHg이었고 흉부 가슴 사진상 심장이 커져 있는 심비대 소견이 보였으며, 심전도에서도 좌심실 비대 소견이 관찰됐습니다. 추가 검사 후 박 씨는 최종적으로 고혈압성 심질환에 의한 심장기능상실로 진단됐습니다. 

박 씨는 이후 적극적인 혈압 조절과 치료로 혈압은 정상으로 떨어졌고 호흡곤란, 부종 등 심장기능상실 증상도 모두 호전됐습니다. 그는 더 늦기 전 고혈압을 조절해 심장기능상실을 치료하게 돼 다행으로 생각하고 새삼 고혈압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러면,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고혈압약만 열심히 복용하면 되는 걸까요?

물론 규칙적인 고혈압약 복용은 고혈압 관리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생활 습관의 잘못으로 생기거나 악화되는 병)은 생활 습관 개선이 약물치료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좋은 생활 습관은 고혈압약 한 개 정도의 혈압 강하 효과가 있음이 알려졌으나 실제 진료하다 보면 그보다 더 많은 혜택이 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고혈압 관리를 위한 생활요법에는 금연, 절주, 소금 섭취 제한, 식사 조절, 체중 감량, 운동이 있습니다.

흡연은 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자 심혈관질환의 1위 위험인자, 뇌혈관질환의 2위 위험인자이므로 금연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사망 원인 1∼2위에 해당하는 암과 심뇌혈관질환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흡연 중에는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압과 맥박이 상승합니다. 간접흡연도 위험하고, 금연 후에는 체중이 증가할지 모르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동 및 식사요법 병행이 필요합니다.

과도하게 술을 마시면 혈압이 상승하고 고혈압약에 대한 저항성이 올라갑니다. 하루 2잔 이하 시 수축기혈압 4mmHg 정도 감소한다고 알려졌으나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므로 적절한 양의 술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고혈압 관리를 위해 소금 섭취는 하루 6g 이하를 권고합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는 12g이므로 절반으로 싱겁게 먹으면 수축기혈압 4∼6mmHg 이상 감소합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생선, 견과류, 유제품의 섭취를 증가시키는 식이요법 시에는 수축기혈압이 11mmHg 감소합니다. 지중해식 식단은 유익하며, 주 2회 이상 생선 섭취를 권고합니다.

고혈압은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체중을 줄이면 혈압이 낮아집니다. 체중 1㎏ 감소마다 수축기혈압 1mmHg 이상 감소합니다.

운동은 혈압 감소, 심폐 기능 개선, 체중 감소, 고밀도 지질단백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 증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고혈압에 권장되는 운동은 유산소운동으로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체조, 줄넘기, 에어로빅 등입니다. 중등도 강도(숨이 약간 찰 정도의 운동)로 하루 30분 이상 주5∼7회를 권장합니다.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수축기혈압이 5mmHg 정도 감소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정혈압 측정의 필요성을 강조드립니다.

고혈압약을 증량 또는 감량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혈압입니다. 정확한 혈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병원 혈압만으로는 부족하고 가정혈압 측정이 필요합니다. 가정혈압 측정은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을 예측하고, 심혈관질환의 예후를 예측하는 유용한 도구로 알려졌습니다.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혈압을 측정하는 경우 불안감을 유발해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이러한 현상을 백의효과(white coat effect)라고 합니다. 가정혈압은 의료인이 아닌 자신이 혈압을 측정하므로 백의 효과를 배제한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의 가정혈압관리지침에 따르면 가정혈압은 윗팔 혈압계로 다음과 같이 측정하라고 권고합니다.

 ①측정 30분 전 카페인 섭취, 운동, 흡연, 목욕, 음주를 삼가고 ②아침 혈압은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용변을 본 후 식사를 하기 전, 그리고 아침 혈압약을 복용하기 전 측정해야 하며 ③저녁 혈압은 취침 1시간 이내에 측정해야 합니다.

 ④모든 혈압은 앉은 상태에서 측정하며, 1∼2분간 안정을 취한 후 1∼2분 간격으로 2번씩 측정해야 하며 ⑤가능하면 맨팔 위로 커프를 감고 측정하는 편이 좋으나 옷이 얇을 경우에는 옷 위로 커프를 감고 측정해도 무방합니다.

 ⑥처음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적어도 1주일 동안 혈압을 측정하며, 치료 결과 평가 시에는 가능한 오랜 기간(적어도 외래 방문 직전 5∼7일 동안) 혈압을 측정합니다.

 초고령화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에서 고령에 따른 혈관 노화로 인해 고혈압 유병률은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기능상실 등 심장질환과 뇌졸중이 없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고혈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보조제나 보조식품 등에 돈과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고혈압약 복용과 생활요법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검단탑병원 심장내과 김학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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