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정식 데뷔와 함께 세상을 바꾼 인물이 등장한다. ‘Heartbreak Hotel’과 ‘Hound Dog’를 부르는 이 가수의 목소리, 몸짓, 리듬은 그간 들어온 익숙한 음악과는 달랐다. 곱상하게 생긴 백인 남성이 흑인 창법으로 흑인 음악인 리듬 앤드 블루스와 로큰롤을 부르며 다리를 털고 골반을 돌린다. 그 모습은 충격과 경악 자체였다. 어른들은 그를 보고 천박하다 말하지만 눈과 귀를 뗄 수 없는 퍼포먼스와 음악에 청년들은 열광했다. 아버지 세대의 음악인 프랭크 시나트라의 부드럽고 품위 있는 스탠더드 팝과 달리 그의 노래는 거부 못할 강렬한 매력과 에너지로 흘러넘쳤다. 세계 최초의 아이돌이자 로큰롤의 제왕으로 불리는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 주인공이다.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시대의 정서에 순응하는 대신 금기를 깨는 방식으로 새 역사를 열었다. 2022년 7월 개봉한 영화 ‘엘비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불꽃같이 짧은 생을 화려한 영상미와 명곡으로 가득 담아냈다.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난 엘비스는 집이 없어 트레일러를 개조해 살았다. 그가 성장한 멤피스는 흑인 비율이 압도적인 곳으로, 엘비스는 자연스레 육감적인 몸짓과 리듬으로 넘실대는 흑인 음악을 접하게 된다. 이후 트럭 기사로 생활하던 19세의 엘비스는 어머니에게 핑크색 캐딜락을 선물하고 싶어 지역 라디오 무대에 오른다. 가수를 꿈꾸던 청년은 그렇게 전설이 된다. 엘비스가 흑인 리듬의 노래와 함께 다리와 골반을 터는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사방에서 알 수 없는 비명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흥분한 여성들은 울부짖었다. 

그곳엔 파커 대령도 있었다. 서커스 비즈니스에 종사하다 음악산업으로 넘어온 그는 엘비스의 공연에서 미래를 봤다. 기성세대는 꼴사납게 생각했지만 열광하는 10대의 모습에서 파커 대령은 새 시장을 간파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매력적인 상품 그 자체였다. 수완이 좋은 그는 엘비스를 더 큰 무대에 세웠고, 금세 국민적 스타가 됐다. 

눈 깜짝할 사이 정상에 서게 된 엘비스. 스포트라이트가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듯이, 엘비스의 삶도 화려한 무대에 선 쇼 비즈니스의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위태롭고 공허한 삶이 공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무대 그리고 팬들을 사랑한 엘비스는 지쳐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의사가 처방한 각종 진통제를 맞으며 무대에 서길 반복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솔로 아티스트이자 플래티넘 앨범 최다 보유자, 빌보드 200차트 최다 진입 등과 같이 여전히 깨지지 않는 기록을 보유한 인물이자 시대의 흐름을 개척한 엘비스는 1977년 42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영화는 데뷔 초부터 짧은 생을 마무리하기까지 엘비스의 음악인생을 함께한 파커 대령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20년 가까이 제왕의 자리에서 맞이한 인생의 희로애락과 화려한 전성기 그리고 위기의 순간들이 150분의 러닝타임 속에 풍성하게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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