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자호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소상공인과장
차자호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소상공인과장

필자는 SF 픽션, 그 중에서도 시로 마사무네의 ‘공각기동대’(1995)를 첫손가락에 꼽으며, 우리 사회의 미래상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이 담긴 이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하고 강력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공각기동대(부제:GHOST IN THE SHELL)는 우리의 가정, 산업 등에서 로봇이 일반화되고 네트워크에 무한의 정보가 흐르는 2029년, 미래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신체를 기계로 바꾸고 뇌에 나노컴퓨터 소자를 심어 기계 몸과 연결하는 전뇌화를 거치면 사람이 직접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외부 저장장치에 기억도 저장할 수 있는 시대다.

본격적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고 정보와 네트워크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지털화된 시대이지만 의식주를 위한 경제활동과 취미생활을 위한 다양한 상점, 가게들이 존재하고 온라인화된 스마트한 상점과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식당, 주점 등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최근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의 출현과 이로 인한 기업 밸류체인의 변화, 기존 사업모델들을 대체하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이 다수 등장하고, 또한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떠받치는 생산, 유통, 물류, 결제시스템에 대한 급속한 변화의 흐름이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됐다.

본격적인 비대면 시대의 도래와 배달시장의 활성화 등 소비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고 최저임금, 전기료, 재료비 인상에 따른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늘어난 온라인 소비에 대응하고 AI·빅데이터 등 스마트 기술이 경영과 접목되고 있으나 소상공인의 대응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코로나19 상황 속 손실이 극심했던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소상공인의 디지털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겪으며 65.3%의 수요를 가지고 있음에도 실행에 옮긴 경우는 18.4%에 불과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물가·금리·환율의 3高 위기로 인한 소상공인의 추진 여력을 감안한다면 올해도 조사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가 도화선이 된, 사회구성원 모두의 스마트화·디지털화를 추구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공각기동대 속 시대에서도 존속할 수 있는 소상공인들은 어떤 준비를 했을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연구원은 개별 소상공인의 디지털 역량에 따른 단계별 맞춤 전략을 준비하면서 3가지 추진 전략을 고민하고 다음과 같이 지원사업을 준비해 왔다. 

먼저 아날로그의 디지털화를 위해 디지털 전환 필요성 인식이 낮고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소상공인에게는 ①디지털 전환을 위한 교육과 상품 개선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심화학습으로 ②일대일 유통 전문가를 매칭해 온라인 판매 전략 기획부터 온라인 채널에 상품 등록, 판매, 홍보까지 원스톱으로 도움을 주고 ③라이브커머스와 배달앱(O2O 플랫폼) 활용도 지원하고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 소상공인 온라인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①온라인 인프라, ‘가치삽시다 플랫폼(2019년 12월~)’과 오프라인 인프라로서 ②디지털커머스 전문기관과 스마트 플래그십 스토어를 구축·운영 중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환경에 적응력을 높이고 결제수수료 부담도 완화할 수 있도록 핀테크 기술이 적용된 ③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가맹점에 QR키트·단말기 등 결제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역량이 우수한 소상공인을 발굴해 디지털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①스마트기술을 접목한 비즈니스 모델(BM) 개발 및 생활혁신 기술 개발 ②점포당 최대 1천5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스마트상점 기술보급사업도 진행 중이다. 실제 BM 개발 사례로 소비자가 작성한 요구사항을 룰베이스 알고리즘 기반으로 지역 내 적합한 식당들과 연결(견적전달)시켜 최적 소상공인(음식판매자)을 매칭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사례나, 수직재배 방식의 소상인 매장용 및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개발해 식당 내 신선채소 확보·보관을 용이하도록 한 생활형 기술 개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스마트상점을 통해 보급된 스마트 미러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헤어스타일, 의류, 안경 등을 가상 체험함으로써 선택의 시간과 기회비용을 아껴 후회 없는 소비가 가능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러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 관련 지원단체의 노력은 아직은 초기 단계의 스마트화·디지털화이지만 소상공인의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 효과로 연결될 것이고, 미래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이 되는 첫걸음이라 확신한다.

8월 25일 발표된 중소벤처기업부의 ‘새 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방향’ 속에도 중장기적으로 스마트·디지털 기반 소상공인의 경영 혁신에 초점을 두고 소상공인·자영업 생태계의 구조적 체질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스마트·디지털화로의 요구가 코로나19로 가속화됐고, 본격 도래할 앞으로의 비대면 시대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숙제가 돼 가고 있음을 이해하고 준비하자는 이야기다. 2027년 공각기동대 속의 생활상과 닮았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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