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도시의 다양한 기능은 사람들을 모이게 합니다. 이러한 역할은 경제와 산업 분야를 활발하게 하고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아울러 한 도시가 교통이 편리하고 보고 즐길 거리가 많으면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활발해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성장을 멈추거나 시간이 흐를수록 쇠퇴하는 도시도 있습니다. 인구가 감소하고 일자리가 줄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요즘 이런 도시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예전처럼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즐기기 위해 차를 타고 멀리까지 찾아가듯 말입니다. 도시도 개인의 능력을 키우듯 성장하는 길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전파력이 생깁니다. 한 지역을 떠나 전국으로 퍼지고, 그보다 매력이 있으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갑니다. 이야기는 도시의 이미지를 변화시켜 경쟁력을 갖게 합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고, 도시를 살리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힘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탈리아에는 베로나(Verona)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이 도시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구상하다 셰익스피어가 쓴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소설의 배경이 베로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베로나를 ‘사랑의 도시(The city of love)’라는 이름을 짓고 전략을 짭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줄리엣의 집’을 짓고, ‘줄리엣 동상’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원’을 이룬다는 이야기를 창작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신화가 많은 해외 관광객들이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관광도시를 만들었습니다. 하나의 창의적인 콘텐츠가 도시의 브랜드가 된 것입니다. 

인천 연수구에는 안골마을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습니다. 옛날 이곳은 ‘젖소를 키우는 마을’이었다고 합니다. ‘젖소 마을’이라는 상징적인 이름을 통해 문화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시는 우유는 생명체를 살리는 소중한 것이므로 젖소 모양 캐릭터를 만들고 완구도 제작하는 것입니다. 지역 관광특산품으로 자리잡으면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명 우유를 생산하는 대기업과 합작해 우유를 브랜드화할 수도 있습니다. 거리와 골목길을 다양한 조형물과 미술작품으로 전시하고 건축물까지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입니다. 이것이 지속성 있는 마을로 나아가는 첫걸음입니다. 여기에 옛 역사를 가진 수인선과 연결된 송도역과 가까워 교통 여건이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상권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처럼 문화와 관광은 인류만이 누릴 수 있는 가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제 도시는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합니다. 도시마다 역사적·환경적 특성이 다릅니다.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추억과 낭만이 서려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에는 역사를 통한 창의성이 도시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특히 원도심은 오랜 역사가 깊이 잠들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이러한 자원들을 발견하고 어떻게 작품화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모든 도시에는 길이 있습니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 가듯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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