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인하대 영어교육과 교수
이현우 인하대 영어교육과 교수

한국민이 향후 30년간 직면할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필자는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라고 답할 것이다. 구글에서 ‘기후변화’와 ‘출산율’을 입력하면 각각 대략 1천360만 건과 473만 건이 검색된다. 이 수치는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한국민이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이슈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둘 다 우리 삶에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기후변화와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인식이나 방식에는 이중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인식의 저변에는 기후변화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인구 감소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아직은 특정 나라에 국한된 국지적인 현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위기는 전 지구적인 위기로 국제적인 공동 대응이 요구되지만, 인구 감소 문제는 해당 국가나 민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우리는 인구 감소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지만 기후변화의 문제는 대체로 우리보다는 저들의 문제로 여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표적인 국제 협력의 결실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1992년 채택, 1994년 발효), 1990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평균 5.2% 감축을 규정한 교토의정서(1997년 채택, 2005년 발효),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고, 1.5℃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전 지구적인 기후 합의인 파리협정(2015년 채택, 2016년 발효),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국가 간 감축 의욕의 차이를 보정하는 무역 제한 조치인 EU 탄소국경조정제도(2021년 입법 초안 발표)를 들 수 있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에서 2021년 현재 1인당 GDP가 세계 10위(2021년 10월 IMF 기준)의 선진국으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199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세계 47번째로 가입하고 파리협정을 비준하고 EU 탄소국경조정제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략 1990년의 5.8t에서 2018년의 14.1t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총 배출량도 2억9천만t에서 7억2천760만t으로 증가해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는 욕을 듣고 있다.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는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해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30%(2억3천280만t)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2011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에 이를 명시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5월 박근혜 정부는 법에 명시됐던 이 목표를 삭제하고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30% 감축을 2030년의 목표로 미뤘다.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각계각층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300여 개의 시민단체가 기후위기비상행동을 결성해 정치권에 조속한 기후위기 대응책을 촉구했다. 그 결과, 2020년 9월에 여야 합의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21년 10월 정부와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보다 40% 감축해 4억3천660만t을 달성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기후위기에 관한 이러한 자정적 노력은 EU 탄소국경조정제도로 탄력을 받는 듯싶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의 55%를 감축하는 것을 실행 계획으로 내세우는 이 제도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계, 기업, 정부가 혼연일체로 실질적인 탄소 감축에 나서야만 변화된 무역환경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그들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여기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 문제를 우리 모두 코앞에 닥친 문제로 인지하고 능동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눈앞의 이익으로 금세 눈길을 돌리려는 탐욕적인 자본으로부터 지구와 현재와 미래의 우리 삶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순전히 우리의 문제로 생각되는 인구 감소의 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또 다른 유형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다. 2022년 8월 있었던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합계출산율(이후 출산율로 칭함)은 0.81명이며 출생아 수는 26만562명이다. 이들 수치는 2015년 12월에 발표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 브리지 플랜 2020의 목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보여 준다. 브리지 플랜 2020에서는 2015년의 출산율 1.21명을 2020년에 1.5명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는데, 실제 2020년의 출산율은 0.84명이었고 그해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더 적은 인구 자연 감소가 일어났다.

 인구 감소에 관한 범정부적 종합 대책치고는 목표와 최종 결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브리지 플랜 2020에는 정확한 진단과 상당히 매력적인 해결책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이들 해결책이 결혼 적령기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은 우리 기성세대의 이중성 때문이다. 저출산 환경을 만든 기성세대가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저출산 대책이 진정성이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기성세대가 경영의 효율성, 결과 지상주의, 승자독식 문화에 일정 거리를 두고 인구 감소 문제를 자기 세대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회 변혁을 끌어내지 못하는 한, 진화 생물학자 하세가와 에이스케 박사가 말한, 휴식하며 좀 더 중요하고 결정적인 일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는 ‘일개미의 70%’는 40년 이내에 반 토막으로 줄어들어 민족 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래도 가만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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