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일자리 정책에서 소외되는 청년들.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경기도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는 청년 일자리 정책의 당사자이지만 단순한 정책 수혜자에 그쳤던 청년들의 정책 참여 주도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러한 의식 아래 탄생한 광역 단위 청년 일자리 협의체인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은 ‘함께 하면 달라질 일’이라는 가치 아래 청년 일자리 정책의 새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존 일자리 모델링 시스템인 하향식 방식에서 탈피,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부터 시작되는 상향식으로 새 일자리 정책을 고민한다는 데서 의미가 깊다. 

현장에서 청년들과 호흡하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고민해 온 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 새로운 일자리 광역 모델로 떠오른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이 청년공간 운영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이 청년공간 운영 인력을 대상으로 직무 역량 강화 교육을 실시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청년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는 의미 있는 백서가 발간됐다. 바로 청년정책을 두고 도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숙의토론 결과가 담긴 ‘경기도 청년정책 비전 수립 공론화 백서’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전국 최초로 청년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담아낸 이 백서에서 청년들은 자신들과 관련 정책 정체의 ‘주체성 확보’를 강조했다.

실제 여론조사 응답자(5천 명) 중 절반에 달하는 50.6%는 경기도 청년정책의 주체 여부를 ‘정책의 주체이지만 대상자로만 느껴진다’고 답변했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지만 정작 그 정책의 설계 과정에는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할 창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에서는 청년들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해당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청년자율예산제도’ 등이 운영 중이지만 아직 경기도에는 이러한 의견 수렴 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일자리재단은 청년들이 주도해 일자리 정책을 제안하고,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 가기 위한 하나의 창구,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을 만들었다.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은 도내 청년 활동가, 취·창업 전문가, 청년 창업가 등 청년 당사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협의체다. ‘함께 하면 달라질 일’을 핵심 가치로, 도내 시행되는 청년정책을 청년 당사자와 함께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소통하면서 개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일자리재단 관계자는 "협업단은 도내 청년정책과 청년공간을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청년 당사자들 일자리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창구"라고 설명했다.

경기청년 일자리 포럼 발제를 위한 청년 창업가 일자리 간담회가 지난 6월 청년일자리본부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경기청년 일자리 포럼 발제를 위한 청년 창업가 일자리 간담회가 지난 6월 청년일자리본부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지난해 발족한 협업단은 청년 일자리 지원과 커뮤니티 구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청년공간’ 현장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다. 청년공간은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추진하는 각종 일자리 지원사업을 알리고, 정책 시행의 피드백을 수렴할 최일선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지원사업을 알릴 청년공간 현장 매니저들의 역량도 중요한 만큼 보고서 작성법과 디지털 업무 관리 등 실무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된 교육도 실시했다.

협업단은 올해도 청년들과 함께 청년공간 현장 간담회를 지속 진행하면서 청년정책을 소개하고, 각종 정책들과 관련해 그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계속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도내 청년 지원 정책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경기청년 일자리 포럼’도 열었다. 청년 주도의 일자리재단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 방향을 모색하고 의견을 청취하려는 목적으로 마련된 이 포럼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달 5∼7일에도 열렸다.

2022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 발대식.  <경기도일자리재단 제공>
2022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 발대식. <경기도일자리재단 제공>

포럼 참가자들은 "일자리재단이 마련한 포럼 덕분에 여러 제도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립했다", "경기도에서도 더욱 실제적인 정책들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는 등의 참석 후기를 통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밖에 협업단은 지난해 청년정책을 알리는 ‘치어리더(Cheer-UP Leader)’ 활동을 통해 ‘경기청년 면접수당’ 접수율 전년 대비 152% 증가, ‘청년국민연금 가입 장려사업’ 참여율은 목표 대비 143%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

일자리재단 관계자는 "협업단의 가치인 ‘함께 하면 달라질 일’의 의미가 널리 확산됐으면 한다"며 "앞으로 도내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적극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 조은주 경기도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 인터뷰

"청년정책의 중요성은 커졌지만 정작 청년 당사자들은 정책 구축 과정에서 주도권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일자리 정책을 만들어 가는 일, 그것이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의 목표입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조은주 청년일자리본부장은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구축하는 광역 모델"이라며 경기청년 일자리 협업단을 소개했다.

지난해 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 주도로 태동한 협업단은 도내 청년들이 주체로 나서 일자리 분야에 대한 청년 목소리를 확대하고 청년 일자리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협의체다.

조 본부장은 "지난해 정부가 고용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청년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고용전달체계의 역할이 부각됐다"며 "청년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원할 체계를 구축하자는 목표에서 협업단을 구성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청년세대가 미래를 리드한다고 하지만 주도권은 주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을 담아 협의체를 운영 중"이라며 "공공에 대한 청년들의 주된 요구는 자원을 연계하는 플랫폼이 돼 달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자원 연계를 통해 지원하는 체계만 잘 만들어져도 청년들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이런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게 협업단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목적을 지닌 협업단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가 탄생시킨 대표적 사업들은 무엇일까. 바로 청년들이 직접 취·창업 교육을 설계하는 ‘청년 DIY 아카데미’, 청년공간 인력의 직무 역량을 높이는 ‘청년공간 마스터 클래스’, 지역 맞춤형 창업·창직 지원을 위한 ‘청년 드림마스터’ 등이다.

조 본부장은 "협업단 출범 후 도내 청년공간(센터)부터 조사했다. 청년공간 현장간담회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청년 매니저 등의 근무환경이 열악하니 우선은 이들 매니저의 역량을 높이고 고용 여건도 이슈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그 결과로 역량 강화 차원에서 청년공간 매니저들의 직무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인 ‘청년공간 마스터 클래스’를 우선 추진했다"고 했다.

그는 "청년공간이 잘 운영되려면 ‘메신저’인 매니저들의 청년정책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진정성 있는 전달자 역할을 하도록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는 게 마스터 클래스의 방향성"이라고 분석했다.

조 본부장은 "경기청년유니온 조사 자료 등을 보면 청년공간 매니저들의 고용, 복지, 처우 문제 등도 심각하다"며 "연내 청년공간을 지속적으로 방문해 의견을 듣고 개선책도 제안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본인부터 MZ세대 청년인 조 본부장은 일자리재단이 기존에 추진해 온 일자리 정책의 단점도 ‘쿨하게’ 인정했다. 관(官) 주도의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서 벗어나 청년들 스스로 그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만들어 내는 ‘청년 DIY(Do It Youth) 아카데미’는 이처럼 비판의식의 과감한 수용에서 시작됐다.

조 본부장은 "솔직히 말하자면 관 주도의 취·창업 등 일자리와 관련된 교육은 트렌드에 느리다. 이런 문제점을 깨끗하게 인정했다"며 "우리가 세팅해서 진행하게 되면 통상 3년은 트렌드에 뒤처졌다"고 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산업환경, 교육환경에 맞게 교육을 제공하는 게 어렵다면 오히려 청년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그들이 지역에서 직접 교육을 기획·운영토록 하자는 취지에서 청년 DIY 아카데미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이어 "광역단위의 일자리 교육 사업을 본인들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건 참여자들에게 상당한 업력과 경험을 주는 일"이라며 "올해는 6개 지역에서 운영을 확대하려는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조 본부장은 앞으로 민선8기 경기도정에서 구현될 경기청년사다리 프로그램, 갭(Gap Year) 운영 등 도지사 핵심 공약에 포함된 청년정책들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

조 본부장은 "청년사다리 프로그램이 저소득·차상위계층 청년들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미 경기도가 국제결연을 맺은 해외 도시가 많은데 이를 활용, 일부 체류비만 지원된다면 혜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갭이어도 잘못 설계하면 정말 ‘갭’이 된다"며 "갭이어 기간 좋은 경험을 하는 건 맞지만 부모 자산 등에 의한 청년세대 내 격차로 인해 그 경험의 풀(pool)이 달라진다"고 짚었다.

그는 "새로운 경험과 기회를 주는 측면은 바람직하지만 소외되거나 청년이 없도록 정책 설계를 고심해야 한다"며 "도와 시·군이 보유한 플랫폼을 활용, 청년들에게 어떻게 연계할지도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사진=<경기도일자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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