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번 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77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을 연다. 윤 대통령은 18∼24일 영국·캐나다·미국 순방에 나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 릴레이 정상외교에 나선다. 일본과는 20∼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으며 구체 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이다. 한일정상회담은 2019년 말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중국에서 회동한 이후 2년 9개월 만에 열린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지 관심을 끈다. 

 이번 회담은 지난 5월 취임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첫 단독 회담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첫 대면을 시작으로 한·미·일 3국 정상회담 등에 나란히 참석했으나 별도의 공식 양자 회담은 하지 못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된 데는 최대 난제인 강제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의 외교적 협의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분위기를 암시하듯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근 브리핑에서 "강제 징용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해법이 가시화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제 징용 배상 문제의 핵심 쟁점인 일본 피고 기업의 기금 참여 여부나 사과 문제에 대해 일본이 전향적 태도나 징후들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정상이 마주앉는 것만으로도 관계 개선의 동력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이번 회담의 분위기와 성과는 향후 한일관계를 가늠케 하고 규정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일 정상은 이번 회담을 관계 정상화를 위한 기회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두 정상이 난마처럼 꼬인 그간의 관계를 일거에 풀 순 없겠지만 어렵게 성사된 양자회담인 만큼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중요하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나아가 회담을 통해 구체적이고도 실질적 진전을 이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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