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임신을 하는 부부들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양제’다.
무탈하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그중에서도 난임을 겪는 부부들은 임신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 보니 임신에 도움이 된다는 영양제라고 하면 무조건 사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몸에 좋은 영양제를 다 사 먹을 수도 없을뿐더러, 이유도 모른 채 의무감으로만 섭취하면 되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임신이 되지 않아 영양제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적어도 영양제가 어떤 효과를 가졌는지, 정말 내 몸에 필요한지 알고 먹어야 하는 이유다.
먼저 꼭 섭취해야 하는 영양제는 ‘엽산’이다.
엽산은 제2의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호모시스테인을 처리하고 임신 후 태아의 신경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엽산을 챙겨 먹으라고 하면 "활성 엽산을 먹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엽산은 천연 엽산이라 불리는 활성 엽산과 화학 물질로 만들어진 비활성 엽산이 있는데, 유전적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우리 몸에서는 비활성 엽산을 먹어도 저절로 활성 엽산으로 바뀌어 흡수된다.
반드시 활성 엽산을 먹어야 하는 경우는 습관성 유산 등의 유전자 문제로 인한 난임을 겪고 있을 때다.
따라서 병원에 내원해 난임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엽산만큼 중요한 영양소가 비타민D다.
비타민D는 유전자 세포를 분열시키고 정상 세포를 잘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한다.
남자의 경우 정자 운동성을 개선하고 여자의 경우 자궁 내 착상률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혈중 비타민D 수치가 30nmol/L 이상인 사람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했을 때 성공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타민D 결핍은 뼈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혈중 비타민D 수치 검사를 통해 결핍이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 하루 최소 400IU에서 최대 4000IU까지 필요에 따라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코큐텐’이라고 부르는 코엔자임큐텐은 체내에서는 소량 생성되는 항산화물질이다.
항산화물질은 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에너지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아는 분열하고 증식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바로 코큐텐이다.
난자의 질과 배아의 질도 높여준다.
항산화물질은 채소에 많이 들어있어 평소 채소를 많이 먹는 사람이라면 별도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 않다면 코큐텐을 하루 50mg~300mg까지 선택해 먹으면 좋다.
오메가3 영양제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더 높여준다.
다른 항산화제로는 ‘아르기닌’이 있다.
아르기닌은 혈관 흐름을 개선하고 난자의 질을 높이며 착상을 돕는 역할을 한다.
평소 혈관 질환이 있거나 면역 상태가 좋지 않으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500mg~5000mg까지 괜찮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이라면 ‘이노시톨’을 권장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은 인슐린 저항성 이상으로 인한 인슐린 분비 증가가 난자를 성숙시키고 배란을 촉진하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을 감소시켜 난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인 이노시톨이 난자 성숙을 돕고 인슐린 민감도를 개선해 자연 배란을 돕는 기능을 한다.
영양제에 의지하고 싶은 예비 엄마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실 특별하게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수많은 영양제를 모두 먹을 필요가 없다.
곡류와 생선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과 적정 체중 유지만으로도 임신율이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전문의와의 적절한 상담을 통해 영양제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건강한 식습관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면 아이를 낳고도 아이의 올바른 식습관을 잡는 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예흔 서울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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