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지난해 인천시 살림살이의 승인심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23일 인천시가 2021년 한 해 썼던 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됐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연도의 재정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결산을 승인했다.

시의회는 결산 승인 과정을 통해 시민의 소중한 세금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그리고 사업항목의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를 모두 확인하는 작업을 소상히 펼쳐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입과 세출금액이 일치하도록, 즉 수지균형을 원칙으로 징수된 세금과 쓰였던 세금이 서로 일치하도록 재정을 운용해야 하는 지방자치법 제137조 규정에 어긋날 수 있는 내용이 있어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세금을 제때 쓰지 않아 남는 돈, 즉 ‘순세계잉여금’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2조 원이 넘는 돈이 남았다. 2021년 결산을 보면, 거둬들인 세금(세입총액)이 16조2천237억 원인 데 비해 쓰인 세금(세출총액)은 14조6천65억 원으로 결산상 잉여금은 1조6천172억 원이다. 다음 연도로 이월한 금액과 보조금 반납액을 차감해도 남는 돈은 6천376억 원이나 된다. 2019년 8천929억 원, 2020년 6천605억 원으로 그 규모가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큰 차이가 없다. 적극적 재정지출이 요구되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천억 원의 예산을 묵혀 둔 셈이다. 현실적으로 집행이 어려운 사업예산을 관례적으로 잡아놓고 쓰지 않거나 다음 해로 이월하는 사업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세입·세출 금액을 적절히 맞추기 위해 인천시는 앞으로 사업별 집행 가능한 적정 예산 규모를 산정하고, 편성된 예산을 적기에 집행함으로써 예산에 대한 재원 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시민을 위한 예산집행’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둘째, 세금의 규모를 최소로 예측한 데서 오는 예산 규모의 과소추계 문제다. 세입 과소추계는 매년 지적되는 고질적 문제로, 인천시는 지난해 세입 규모를 12조9천500억 원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세입은 17조6천118억 원으로 4조6천618억 원을 더 거둬들였다고 나타났다. 이는 인천시민 한 사람당 평균 157만 원씩 나눠 줄 수 있는 규모의 초과 세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초과 세수는 더 걷은 것이 아니라 예상보다 더 걷힌 것이다. 세수에 대한 예상을 보수적으로 했다는 증거다. 자치단체 세입예산안은 다음 해 세입예산안을 마련할 때도 활용되기 때문에 세입 과소추계는 해당 연도뿐 아니라 장기적인 세입추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과소추계를 하게 되면 그만큼 지자체의 예산 운용이 경직되고, 심하면 다 쓰지 못하고 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시민을 위한 올바른 예산정책이 아니다.

셋째, 사용하지 않은 비용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출총액은 14조6천65억 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세금, 즉 불용액은 1조4천293억 원으로 불용률은 8.9%에 달한다. 불용액은 세출을 잘못 예측 편성해 집행하거나, 세출에 반영했지만 사정이 변경돼 일부만 집행하는 경우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재정 집행이 어느 때보다 중요했음에도 불용액이 이렇게 컸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이는 사업계획이 미흡했던지, 사전 준비의 미비로 인한 집행의 차질이나 실집행률을 고려하지 않은 보조금의 교부 등 여러 가지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도한 불용액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면밀한 사업 준비와 철저한 사업 추진으로 불용액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 한정된 예산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불용액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이유다.

인천시는 예산편성 단계부터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 그리고 실현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불용액이 많아져 쓰여져야 할 재원이 제때 쓰이지 못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합리적 기준에 의한 지출경비 산정과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 필요경비 편성 등 재정의 건전한 운용과 경영의 효율성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우리의 현명하셨던 어머님들의 안살림 교훈을 잘 되짚어 봐야 한다. 어려운 살림 가운데서도 자식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더 윤택해진 살림을 이끌어 나가셨던 지혜를 깊이 새겨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향해 매진해 나가야 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