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사소한 일부터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래서인지 "만약 그때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미련이나 후회가 아닌,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니까. 2000년 개봉한 영화 ‘패밀리 맨’은 그런 상상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이다. 

청춘 남녀 한 쌍이 공항에서 이별 중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다짐해 보지만 연인을 떠나 보내기가 쉽지 않다. 영국의 대형 은행 인턴십에 선발된 잭은 1년은 금세 지나간다고 케이티를 달래 보지만 케이티도 완강하다. 미래가 아닌 함께하는 지금이 중요하다며 잭을 설득한다. 하지만 잭은 미래를 기약하며 비행기에 오른다. 

그리고 13년 뒤, 잭은 월스트리트에서 성공한 투자회사 사장이 돼 화려한 삶을 살아간다. 크리스마스이브도 잊은 채 일에 매진하는 그는 퇴근 즈음 부재중 메모 한 장을 받는다. 기억 저편에 묻어 둔 케이티가 그렇게 소환된다. 늦은 시간 홀로 텅 빈 집에 귀가한 잭은 금세 잠에 빠진다. 

크리스마스 당일, 잭의 눈앞에 보고도 못 믿을 상황이 펼쳐진다. 헤어진 연인 케이티가 옆에서 자고, 자신을 아빠라 부르며 어린 여자아이가 방으로 들어온다. 옆방에선 갓난아이 울음 소리도 들린다. 낯선 집과 낯선 상황에 당황한 잭은 부랴부랴 본인이 살던 펜트하우스와 회사로 향하지만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편 교외 소도시 작은 마을에는 잭을 아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현실에 없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잭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그곳에 살아가는 방법뿐이었다. 

그렇게 잭은 13년 전에 택하지 않은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선택, 결혼 대신 영국행을 택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현재 그는 동네 타이어 가게의 평범한 세일즈 맨으로 살아야 하고, 집안일에 아이들 케어까지 할 일은 끝이 없었다. 악몽이길 바라며 얼른 잠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아침마다 잭이 눈을 뜬 곳은 시끌벅적한 작은 주택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끔찍한 건 아니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케이티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고, 아이들을 키우며 부성애도 느꼈다. 그렇게 잭은 가족이 주는 행복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깨닫는다. 그러나 얄궂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 그는 꿈에서 깨어난다. 크리스마스 당일, 익숙한 펜트하우스의 널찍한 침대에는 아내도 아이들도 없었다.  

영화 ‘패밀리 맨’은 너무 익숙해서 고마움을 잊고 사는 가족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잭이 추구한 물질적 성공 또한 폄훼해선 안 된다. 그 또한 선택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 선택이 옳았기를 바라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며 오늘을 사는 길밖에 없다. 다만, 주변을 돌아보며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기억하고 사소한 일상이 주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것, 그것만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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