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수원시에서 226년 전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하며 꿈꿨던 ‘인인화락(人人和樂)’이 실현된다. 수원화성과 수원천 주변에서 이달 말부터 다음 달 말까지 열리는 4개의 큰 축제가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으로 준비를 마치고 시민을 기다린다.

 감염병을 극복하고자 인고했던 지난 3년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한 축제들은 참여하는 누구나 가을을 만끽하며 즐길 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물한다.

 수원화성을 세우며 누구나 즐겁기를 바랐던 정조대왕 꿈을 가득 채운 가을 축제로 시민들을 초대한다.

화홍문을 배경으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상영된다.
화홍문을 배경으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상영된다.

# 오색빛으로 화려하게 물든 화홍문~남수문

4개의 큰 축제 중 가장 먼저 개막한 ‘2022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는 아름다운 성곽과 자연스러운 하천에 화려한 기술을 더해 하나의 거대한 ‘예술’ 그 자체를 만들어 낸다. 화홍문과 남수문 그리고 두 수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수원천 일대가 밤마다 화려한 빛깔의 옷을 여러 차례 갈아입는다.

지난해 화서문에서 진행했던 쇼는 화홍문~남수문으로 옮겨져 성곽뿐만 아니라 하천과 제방까지 미디어 작품에 끌어들였다. 수원천 물줄기와 제방 돌덩이, 두 하천 가장자리를 연결하는 다리까지 모든 자연물과 조형물들이 미디어아트 작품에 참여하며 작품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한여름 남제장류(南堤長柳)를 뽐냈던 버드나무들도 기꺼이 다양한 빛을 품어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커튼 노릇을 한다.

화홍문과 남수문을 캔버스 삼은 미디어아트쇼는 지난 23일 개막했다. 수원화성의 백미로 꼽히는 화홍문에서는 ‘개혁신도시 수원화성’을 주제로 한 4개 작품이 오후 7시부터 40분 간격으로 5회 상영된다.

▶정조의 꿈, 현대미술로 다시 살아나다(김형규 작가) ▶화, 花, The Splendor(하준수 작가) ▶화홍-Peaceful Reign(장지연 작가) ▶네오토피아(Neotopia):만물 플랫폼, 수원화성(홍유리 작가)이다. 각 작품은 정조 꿈과 개혁을 위한 신도시 축성을 미디어 작품으로 표현한다.

수문과 누각에서 진행하는 화려한 퍼포먼스도 감상하게 된다. 혜경궁홍씨의 회갑연 공연을 다시 해석한 융·복합 퍼포먼스가 8·9·15·22일 오후 7시 40분과 9시께 진행된다.

‘신(新)선유락!락!’이라는 제목의 공연은 만물이 꿈꾸는 상생의 시간을 주제로 세계유산 화성 일부인 화홍문을 배경으로 수원화성에서만 보는 수원만의 퍼포먼스다.

수원지역 전통시장 거점인 남수문도 빛으로 물든다. 지난해 화서문에서 상영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기간이 짧아 감상하지 못했던 시민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정조의 문(文)·무(武)·예(禮)·법(法)’을 다시 상영한다. 오후 7시부터 30분 간격으로 1일 6회 상영한다. ▶정조의 문(文)(김진란&바후르 고틀립 작가) ▶정조의 무(武)(남상민 작가) ▶정조의 예(禮)(신도원 작가) ▶정조의 법(法)(이예승 작가) 같은 작품들은 한복 문양과 단청, 용 들의 이미지에서 빌린 한국 컬러와 패턴을 활용해 정조대왕의 애민정신과 그가 꿈꿨던 유토피아를 그려 낸다.

더구나 올해가 두 번째인 2022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는 수원천 지형을 활용해 시민들이 산책하며 다양한 작품을 즐기도록 구성했다. 안개 사이로 뿜어지는 레이저 빛으로 꿈꾸는 듯한 분위기를 만드는 작품(꿈), 발광 큐브가 움직이는 퍼포먼스 작품(효), 수원천을 활용한 라이팅아트 작품(애민), 경관조형물들을 활용한 작품(화락)이 남수교부터 화홍문 구간으로 이어진다.

그 뿐만 아니라 음침했던 다리 밑에 디지털 숲을 뛰노는 다람쥐(디지털포레스트)가 있고, 수원천 한가운데 반딧불이를 가득 품은 듯 만들어진 버드나무(형설지공)도 있다.

주말이면 인근 상인들이 마켓을 열어 축제 분위기를 돋우고, 도시재생사업으로 깨끗해진 거리에 새로 들어선 힙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에도 좋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이창근 연출제작단장, 작가들이 화홍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이창근 연출제작단장, 작가들이 화홍문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 세계유산 화성행궁 백배 즐기기

다음 달 1일부터는 ‘2022 세계유산축전 수원화성’이 시작돼 힐링폴링 축제가 더 풍성해진다.

문화재청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아 22일까지 진행하는 축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받은 수원화성의 가치와 의미를 짚어 보는 콘텐츠로 구성됐다. 화성성역의궤를 바탕으로 수원화성을 축성하는 데 실제 구실을 했던 장인들을 조명하고 역사성을 돌아보는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수원화성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개막공연과 폐막공연은 성역(城役)의 숨은 공신인 장인들 이야기를 담았다. ‘거장(巨匠)-거룩한 장인들’이라는 제목의 개막공연은 1일 오후 6시 40분과 2일 오후 7시 30분 행궁광장 홍살문 앞에서 진행된다.

톱을 다루는 톱장이, 나무를 다루는 목공장이, 돌을 다루는 석공장이, 마름재를 바르는 니장이, 돌이나 쇠를 갈아 물건을 만드는 마조장이, 그림을 그리는 화공 들 축성의 한 축을 담당했던 19종에 이르는 장인 이야기를 담았다.

22일 오후 7시 30분 행궁광장에서 열리는 폐막공연은 ‘축성, 화합의 난장-3년 안에 성 짓기’라는 제목으로 현재 성 안 사람들과 과거 장인들의 이야기를 코믹형 마당놀이로 풀어낼 예정이다.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은 22일간 진행한다. 19개 종류의 장인 캐릭터들은 행궁광장 ‘의궤 속 장인마을’에 줄곧 전시해 수원화성 축성의 숨은 공로자들을 기억하게 한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MBTI를 활용해 어떤 장인 유형에 속하는지 테스트할 기회도 제공한다.

주말에는 6종류 장인의 핵심 활동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수원시립아트미술관 옆 잔디밭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성을 쌓아 보는 ‘축성놀이터’가 있는데, 주말에는 채제공과 정약용이 들려주는 건축이야기 게릴라 공연이 열린다.

수원화성과 행궁동 안 상점들을 배경으로 AR기술 기반 미션 게임을 수행하는 ‘수원화성의 상속자들’도 각자 알아서 체험하면 된다.

밤에는 정조 어록을 현대 기법으로 다시 해석한 라이트아트 작품 ‘고요하게 빛나는 시간’이 아름다운 경관을 선물한다.

지난해 세계유산축전 폐막 공연.
지난해 세계유산축전 폐막 공연.

사전 예약으로 고품질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된다. 음식을 주제로 한 ‘맛있는 수라간’, 투어 프로그램 ‘수원화성 기억의 조각들’, 야간 성곽 트레킹 ‘수원화성의 밤을 걷다’, 환경보호와 달리기를 겸한 플로깅 ‘쓰담쓰담 수원화성’, 차를 마시며 문화 소양을 키우는 ‘한잔의 의궤’ 같은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인터파크티켓 사이트에서 ‘세계유산축전’을 검색해 예약하면 된다.

수원시는 수원화성을 터전으로 삼는 시민들이 세계유산축전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들도 운영한다. 현재 수원화성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주축으로 꾸려지는 ‘성 안 사람들’이 간판이다. 주민들이 직접 마을해설사가 되고, 지역 영화제를 열고, 주민 공연과 홍보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그 뿐만 아니라 앞서 8월부터 운영한 세계유산 아카데미도 세계유산축전 운영에 힘을 보태고, 주민들로 구성된 수원화성방역단이 한복을 입고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일반 시민들에게 방역물품을 나눠 준다. 시민 참여와 활동 폭을 넓히는 셈이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세계유산 수원화성을 즐길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 4개 축제가 미디어아트쇼로 막을 열었다"며 "풍요로운 가을, 문화·관광특례시 수원이 드리는 힐링에 시민 여러분 모두 푹 빠져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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