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지 마라

 이기호 / 마음산책 / 1만5천 원

책 「눈감지 마라」의 주인공 정용과 진만은 지방 사립대를 졸업한 후 저렴한 월세 원룸을 구해 함께 살기로 한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그들은 출장 뷔페와 고속도로휴게소 아르바이트 등을 함께하고, 난방비를 아껴 겨울을 나기 위해 팬티스타킹을 사 입는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들이 마주한 것은, 역시나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다. 통닭집 앞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다가 갈등을 일으키는 노부부, 설거지 일이 손에 익지 못해 민폐를 끼치는 삼계탕집 아주머니, 진만에게 돈을 대신 갚아 줘야 하는 택배 기사 최현수 씨까지. 어떻게든 생활을 잘 꾸려 나가기 위해 애쓰지만 저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다. 정용과 진만은 이러한 타인의 삶을 마주할 때마다 때로는 울컥함을, 때로는 면면이 수치심을 느끼기도 한다.

 진만은 특히 정용보다 조금 더 어리숙하고, 여리고, 이른바 생활력도 부족한 인물이다. 애견미용학원 견습생들의 서툰 미용 실습에 동원돼 학대당하는 강아지들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만화카페에서 만난 초등학생과 친구가 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유제품 가공업체에 취직했다가 금세 그만두기도 한다. 

 정용은 그런 진만을 안쓰럽게 보는 한편, 조금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정용은 진만에게 ‘거지새끼’라는 실언을 하게 된다. 더 심한 농담도 주고받았던 둘이지만, 진만이 내지 못한 원룸 보증금을 정용이 대신 전부 낸 후였기에 진만으로서는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그렇게 둘은 헤어지고 얼마 뒤 진만은 실종된다.

 이 책은 손쉬운 위로를 건네는 소설이 아니다. 이기호는 정용과 진만에게 적당한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는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늘 벅차고, 무섭고, 간신히 버틸 만큼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그들은 함께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기호의 유머는 진만과 정용이 함께 있는 장면, 그들이 빚어내는 화학작용에서 빛을 발한다. 이는 사람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돼 주는, 연대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빠르게 실패하기

존 크럼볼츠 / 스노우폭스북스 / 1만6천500원

「빠르게 실패하기」의 저자 존 크롬볼츠와 라이언 바비노는 미국 진로상담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교수다. 

 두 사람은 20년간 진행된 스탠퍼드대학교의 ‘인생 성장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해 특별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저자들은 연구기간 성공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일련의 공통된 행동 패턴을 찾았고, 그 핵심 내용을 총 9개 장으로 구성했다. 

 그들이 실험하고 제안한 이 ‘작은 행동의 힘’은 개인의 삶과 사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행동을 큰 준비 없이 즉각 실행하게 만든다. 그들은 ‘더 잘 준비되고, 더 대단한 목표가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밝혀 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시작할 만한 작은 행동을 통해 더 많고 잦은 실패에 성공의 열쇠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들이 밝혀 낸 바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그 핵심은 바로, 우리가 그동안 배우고 종용받아 온 ‘목표 설정과 계획하기’를 얼마나 가볍게 다루느냐였다.

오줌싸개 달샘이의 대궐 입성기

김정숙 / 한솔수북 / 1만3천500원

이 책은 가난한 거름 장수의 아들, 오줌싸개 달샘이가 동변군으로 대궐에 들어가고 봉침 의원의 심부름꾼이 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오줌싸개로 놀림 받던 달샘이가 대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꿈을 찾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정숙 작가는 조선시대 역병의 창궐과 정조의 의학적 관심, 대궐의 동변군 활동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작품을 썼다. 정조가 꿈꾸던 만백성이 차별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이 책은 오줌싸개 달샘이처럼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열등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조선시대 역사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병이 나면 민간에서는 똥, 오줌 등이 약재로 사용될 만큼 조선시대 열악한 의료환경과 정조 임금의 백성에 대한 사랑, 약재 개발 노력 들에 대해서 말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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