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2022년이 채 석 달도 남지 않았다.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올 한 해를 돌아보며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고 다짐해 본다. 꼼꼼한 시간 활용을 위해 계획표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일정을 관리하다 보면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상위권을 채우는 항목은 대체로 업무 관련 일정인 반면 가족, 친구, 취미 등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쏟아질 땐 ‘시간아, 제발 천천히 흘러라!’라는 터무니없는 소원을 빌기도 한다. 2007년 개봉한 영화 ‘클릭’은 바로 이런 소원에 응답한 작품이다. 시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만능 리모컨이 생긴다면 우리가 바라는 성공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영화로 만나 보자.

 30∼40대 여느 가장이 그러하듯 건축가 마이클은 일과 가정에 충실하려 애쓰는 직장인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승진길이 열릴 거라 믿는다. 때문에 가족 캠핑, 아이들 학교 행사, 부모님과의 식사 등은 매번 약속을 조정하거나 지각 등장하기 일쑤였다. 다행히 아내와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할 시간이 머지않았다는 희망 속에 바쁜 마이클을 이해했다. 그러나 업무는 끝이 없었다. 상사는 "이번이 진짜 승진 기회"라며 새 설계 도안을 빠른 시간 안에 잘 마무리하라고 압박한다. 선택권이 없는 마이클은 이번에도 가족의 양해 속에 일에 집중한다. 일분일초가 아쉬운 마이클은 TV, 에어컨, 조명, 차고지 등 여러 개로 분리된 리모컨 때문에 시간이 허비되자 만능 통합 리모컨을 찾아 가전매장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묘한 분위기의 점원이 건네 준 리모컨으로 그의 삶은 달라진다. 

 모든 기기에 활용 가능한 똑똑한 리모컨은 자주 사용하는 내용을 학습해 자동 실행하는 스마트 기능까지 탑재돼 있었다. 기계만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도 적용 가능한 리모컨은 듣기 싫은 잔소리는 음소거로, 빨리 해치우고 싶은 일은 빨리 감기 등으로 끝내 버렸다. 무엇보다 건너뛰기 기능은 마이클이 자주 애용하는 버튼으로, 그는 중간 과정을 건너뛴 채 자신이 승진하는 1년 뒤의 시간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거기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회사 사장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러 번의 건너뛰기 실행으로 마이클에겐 가족과 보낸 시간과 기억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결과 아내와는 헤어졌고, 아이들은 이미 성인이 돼 있었다. 한결같이 곁을 지키던 아버지도 세상을 떠난 후였다. 중요도 순서로 취하고 싶은 상황만 선택하면서 목표에 다가서면 분명 행복할 거라 믿었지만, 노년의 성공한 CEO 마이클은 현 상황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영화 ‘클릭’은 만능 리모컨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 있는 상황으로 초반에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가 두드러지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그가 놓쳐 버린 시간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네 삶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쌓여 이뤄진 것임을, 특히 가족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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