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장정구 생태역사공간연구소 공동대표

송도 6·8공구 해안을 따라 랜드마크시티1호공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인천대교를 비롯해 영종도, 무의도와 소무의도, 팔미도까지 섬들을 조망하며 인천앞바다 해양생태계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해양친수공간이 생기고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인천구간 건설이 다시 논란이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가 습지보호지역 행위제한 예외조항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환경단체들이 반발한다. 고속도로 건설을 담당하는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을 관통하는 노선을 고집하며 고속도로 건설과 보호지역 보호 논란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인천에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모양새였다. 지금은 선후를 따지거나 폭탄 돌리듯 뒤로 미루거나 또는 남에게 떠넘길 때가 아니다. 고속도로 건설과 습지보호지역 보호,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생각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해 11월까지 인천에서는 수도권제2순환선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의회가 구성돼 8차례 논의를 진행했다. 행정과 전문가뿐 아니라 환경단체와 지역주민까지 참여했다. 기후위기시대, 고속도로 추가 건설이 필요한지 등 원론적인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협의회는 열린 소통으로 서로 이해하며 몇 가지 공감대를 형성했다. 수도권제2순환선 인천 구간의 필요성, 인천대교와 연결 필요성 등이었다. 인천대교와의 연결을 위해선 해상교량이 현실적이며, 국제협약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 보호를 위해 평균간조선 밖으로의 노선이 바람직하다였다. 국토부와 해양수산부, 환경부와의 협의가 남았음도 확인했다.

인천은 어느 도시보다 개발 압력이 높다. 비무장지대와 서해안 연안습지가 만나는 한반도 자연생태의 핵심지역이다. 개발과 보전의 지혜가 필요하다. 인천의 항만이 인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송도신항이 만들어지고 국제여객터미널도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인천, 나아가 대한민국 관문으로의 중요한 역할을 앞으로도 담당할 것이다. 제2순환선 인천 구간의 양끝으로는 인천신항과 국제여객터미널이 위치한다. 인천항만공사 등 항만물류업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2순환선의 시급성, 인근 나들목 필요성도 강조했다. 지금은 요구만이 아니라 협조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항만공사가 협조하고 양보하면 고속도로와 습지보호지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때 핵심지역의 2단계 확대를 약속했다. 핵심지역에는 인천의 갯벌들도 포함돼 있다. 인천에는 풀등으로 대표되는 대이작도 해양보호구역을 비롯해 람사르습지에 등록된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 장봉도갯벌습지보호지역과 천연기념물 강화갯벌이 법으로 보호하는 갯벌이다. 이 외 영종도갯벌도, 세어도갯벌도 멸종위기 철새들에게는 중요한 갯벌로 세계적인 자연유산이다. 특히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은 국제법뿐 아니라 국제협약에서 등재된 곳이다. 국제기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사무국이 송도에 있다. 인천은 한강하구 갯벌을 넘어 황해도, 대동강, 청천강과 압록강 하구 등 북한의 갯벌과 함께 중국까지 황해연안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완성과 국제협력을 이끌어야 하는 국제적 책무도 함께 갖고 있다.

ESG와 탄소중립을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요즘이다. 도로도 중요하지만 보호지역 보호, 국제 약속과 책임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인천시와 중앙정부 등 행정기관뿐 아니라 국제도시민이고 싶은 송도 주민들도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당초 육상에 그려졌던 고속도로 노선이 송도를 개발하면서 해상으로 밀려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송도국제도시를 설계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골든하버를 꿈꾸는 인천항만공사는 역할과 책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지역사회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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