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 다산책방 / 1만8천 원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에서 일본인 장교를 구한다.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2021년 넓은 미국 땅에서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내 세상을 놀라게 한 한국계 작가 김주혜의 장편소설이 출간됐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고, 이후 10여 개가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다. ‘리얼 심플’, ‘하퍼스 바자’, ‘미즈 매거진’, ‘포틀랜드 먼슬리’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또한 ‘더 타임스’를 비롯해 전미 40여 개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소개됐다. 지난달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어 줄 사랑과 공감, 연민 등의 가치를 일깨운다. 김주혜 작가는 "단지 지금으로부터 100년쯤 전, 여기서 멀리 떨어진 작은 땅에서 살았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류 전체의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썼다"고 말했다.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에 관여했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재미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일은 어쩌면 필연이다.

 폭넓은 서사와 호흡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톨스토이의 작품을 연상케 하고,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었던 뒤틀린 운명을 그려 낸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파친코」도 떠오른다. 대하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성별과 세대를 아울러 널리 읽힐 법하다. K-콘텐츠가 전 세계 사랑을 받는 가운데 영어로 먼저 쓰인 ‘우리 이야기’를 본국에서 모국어로 출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복사꽃은 그리움 끝에 핀다

산강 김락기 / 넥센미디어 / 2만 원

이 책은 산강의 6번째 시조집이다. 가끔 문인화나 크레파스화를 그리면서 시·서·화를 드나드는 딜레탕트 예술인으로 자처하기에 내용이 비교적 자유분방하고 색다르다. 기존 문단의 작품 흐름과는 꽤 다르다. "예술 창작에 있어 당대 주류 세력의 잣대로만 가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저자 산강의 소신이다. 

지금까지 6권의 시조집을 냈지만 같은 유형의 책이 안 되도록 애썼다. 이번에도 청년 시절부터 최근까지 작품 중에서 골라 서정·서경·서사적 내용이 다양하게 들어 있지만, 어쩐지 그전 것과 자못 다르다.

이 책은 산강의 자평집 성격의 앤솔로지다. 앞선 책들에선 개괄적 시관(詩觀)을 언급했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개개 작품을 평한 ‘창작 시조집’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 후록 ‘나의 시조관-산강 시조론 및 산강 작품론’에 세부 내용이 있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창작 시조를 ‘산강 시조’라 명명하고, ‘시조다운 시조는 정형률을 지키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책 첫머리에 ‘알리는 말씀’을 실어 독자와 거리를 좁히고자 세심한 배려를 한 점이 남다르다. 

이 책은 한정판으로 발간했다. 구입은 출판사 넥센미디어(☎070-7868-8799)에서 가능하다.

어른의 새벽

우승희 / 청림출판 / 1만8천 원

인생의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한 이들에게 건네는 고전의 위로. 결혼과 출산, 육아로 바쁜 일상을 겪은 저자가 잠시 멈췄던 동양고전 읽기를 다시 시작하며 새벽마다 정리한 성찰을 담았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언어로 일상의 모든 부침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이 책은 고전의 통찰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은 진실한 인간관계는 ‘나’에서 시작된다는 통찰을 밑거름 삼아 고전에서 제시되는 인간관계의 원칙을 소개한다. 구체적 상황이나 인물에 따라 대처하는 방안이라기보다는, 고전에서 말하는 ‘인간에 대한 태도’란 무언지를 소개하며 일시적이고 가벼운 관계보다 묵직하고 끈끈한 우정의 관계를 이어가도록 안내한다.

‘하루 한 문장씩 50일’이라는 독서 루틴과 함께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실천 가능한 습관을 제안하는 이 책은 어수선한 주변을 정리하고 마모된 나를 충전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른다운 삶’의 가이드가 된다.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 온 30여 가지 고전들 속에서 한 문장씩 건져내어 지혜의 정수를 소개하며 고전에 익숙지 않은 누구나 쉽게 ‘새벽 읽기 습관’을 들이게끔 해 준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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