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나뭇잎이 노랗고 붉게 물들기는 여느 해와 같겠지만 올해는 그 정취를 기다리는 시간이 유난히 설렌다.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의 긴 터널 끝자락에서 맞게 된 반가운 가을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수원시가 가을 명소 10곳을 뽑았다. 다채로운 단풍은 물론 자연물, 건축물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가을 풍광을 가까이서 만끽할 만한 곳이 선정됐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때인 만큼 미리 알아뒀다가 절정에 화려한 가을을 즐기라고 추천하고 싶다.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와 광교산 자락이 단풍으로 뒤덮였다.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와 광교산 자락이 단풍으로 뒤덮였다.

# 왕벚나무 패션쇼…만석공원

만석공원(장안구 송죽동 248)은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으로 장안구민은 물론 수원시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 공원이다.

지난 여름 거대한 연잎들이 물위를 뒤덮으며 초록 물결을 만들어 명소로 꼽혔던 만석공원이 가을을 맞아 화려하게 변신한다. 푸르고 싱그럽던 연잎들은 흐릿해졌지만 ‘만석거’를 감싼 회주로 주변에 왕벚나무들이 오색 단풍을 드리우기 때문이다. 

일조량 같은 조건과 나무별로 특성이 달라 날마다 변화무쌍한 단풍의 모습을 감상하기도 좋다. 곳곳에서 운동 또는 산책을 하거나 놀이를 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활발하고 힘찬 도시 풍경을 더한다.

# 수원 ‘단풍일번지’…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

수원시 상수도원인 광교저수지에 조성한 둘레길(장안구 하광교동 400의 10 일원)은 사계절 내내 걷기 좋은 길이다. 더욱이 가을에는 왕벚나무를 비롯해 단풍나무, 중국단풍, 플라타너스, 붉나무, 참나무 같은 다양한 나무들이 아름다운 단풍을 뽐낸다.

국립농업박물관 외부 공간에 조성된 다랑이논의 곡식이 영글었다.
국립농업박물관 외부 공간에 조성된 다랑이논의 곡식이 영글었다.

광교공원~광교마루길~광교누리길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며 만나는 광교산 단풍이 일품이다. 저수지 물에 비치는 갈대 그림자마저 가을 정취를 장식한다. 그 뿐만 아니라 저수지 끝부분에서 등산로 입구 버스 회차지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동그랗게 나무 모양을 다듬어 놓은 복자기나무 가로수길을 만나게 되는데, 긴 산책도 지루할 틈이 없다.

# 협궤열차 추억…수인선 세류공원

수원역에서 세류동 방향으로 가는 길목 주택가 사이에 길게 배치된 수인선 세류공원(권선구 세류동 283의 1)은 특별한 기억을 담은 공원이다. 1995년까지 운행했던 수인선 협궤열차 선로 부지를 그대로 활용해 조성했다. 입구에 놓인 협궤열차 모형에는 ‘수원↔송도’라는 표시가 붙었고, 400m가량 길게 뻗은 산책로에는 철로 모양으로 꾸며진 보도블록이 기찻길 흔적으로 남았다.

키가 큰 나무들이 터널처럼 우거진 산책로에는 앉아서 책을 읽기 좋은 벤치가 놓였다. 수인선 객차 외형과 내부를 명확하게 나타낸 설치미술 작품 ‘흩어지다 1, 2’도 추억여행으로 안내한다.

# 전원 분위기…국립농업박물관 바깥

옛 농촌진흥청 터에 새로 조성 중인 국립농업박물관(권선구 수인로 154) 외부 공간도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아직 개관 전이어서 다양한 시설을 모두 즐기지는 못하지만 바깥 체험공간을 산책 삼아 돌아봐도 좋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다랑이 논과 밭에 각종 작물이 풍성하게 열려 수확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황금빛 벼가 고개를 숙이고, 조·수수·콩 같은 곡식이 익어 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장소다.

새가 곡식을 쪼지 못하게 설치한 커다란 독수리 연과 원두막 따위가 한적한 농촌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며 ‘전원일기’ 분위기를 자아낸다.

# 가을 억새…수원화성

2022 힐링폴링 수원화성 축제가 열리며 연일 아름다움이 꽃을 피우는 수원화성 일대는 억새밭이 가을 정취를 발산하는 일등공신이다.

수원화성 성곽 주변 곳곳에 억새를 심어 어디를 가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동북공심돈 외성 부근이 으뜸이다.

수원화성 동북공심돈 외성 부근에 만발한 억새.
수원화성 동북공심돈 외성 부근에 만발한 억새.

약간 한적한 주택가 쪽에서 바라보면 서쪽으로 달려가는 성곽이 방화수류정에서 정점을 찍고, 그 아래 잔디밭을 억새가 수놓으며 바람결에 흔들리는 모습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여실히 보여 준다.

동북공심돈부터 용연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으면 작품사진을 건질지도 모른다.

# 바람과 함께 춤추는 풀밭…서호꽃뫼공원

화서역 인근 서호꽃뫼공원(장안구 화서동 410의 46)에 있는 포시즌가든은 다양한 종류의 그라스류가 색다른 가을철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연결된 길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보리색 수크령 큰 군락이 반긴다. 홍띠, 팜파스 그라스, 상록사초 들 다양한 초화류와 무늬종, 관상하기에 좋은 수종들을 심고 가꿔 색다르게 조성한 공간이다.

더욱이 포시즌가든 뒤편에 붉은 벽돌로 지은 종교시설 건물과 함께 어우러진 풍광이 다른 나라에 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덕분에 정원 11개를 둘러보는 동안 외국 시골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옛 수인선 철길을 따라 곧게 뻗은 세류공원.
옛 수인선 철길을 따라 곧게 뻗은 세류공원.

# 원도심과 어우러진 단풍 산책로…팔달산

수원시 중심에 자리잡은 팔달산은 명실상부한 시내 단풍 명소다. 옛 도청 주변으로 팔달산을 휘도는 도로는 봄철 벚꽃 감상의 명소로 유명한데, 이 왕벚나무들이 가을에는 멋진 단풍으로 갈아입기 때문이다.

일대 회주도로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산자락의 다양한 단풍은 마치 오케스트라 협주처럼 다채로운 색감을 표현한다.

팔달산 주변 곳곳에서 인기 드라마 촬영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성행궁 쪽으로 내려가면 행리단길 맛집과 힐링폴링 수원화성 축제 막바지를 즐김 직하다.

# 은행나무가 만든 노란 우산길…중부대로

열매 냄새가 고약해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은행나무는 분명 가을철 고유 선물이다. 은행나무를 우산 모양으로 만들어 노랗게 변한 가을길의 색다른 즐거움을 확인할 만한 곳이 있다. 팔달구 중부대로 구간 중 동수원사거리~영동사거리로 이어지는 길이 바로 그곳. 

은행나무는 싹 트기가 활발하지 않아 전지를 잘 하지 않는데, 이 일대는 고압선이 지나기 때문에 나무 모양을 줄곧 다듬는다. 덕분에 동그란 우산이 펼쳐진 듯한 모양의 은행나무들이 1㎞가량 줄지어 서 특별한 장관을 연출한다. 버스 노선이 많이 지나는 곳이니 버스를 타고 지나면서 경치를 즐겨도 그만이다.

만석공원에 붉게 물든 단풍이 가득하다.
만석공원에 붉게 물든 단풍이 가득하다.

# 도심에서 즐기는 메타세쿼이아…글빛누리공원

2020년 영통구 망포동에 조성한 글빛누리공원(동탄지성로 549의 15)은 ‘자연 바람과 문화 바람’이라는 콘셉트로 만든 새로운 명소다. 지난해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조경 우수성을 인증받은 곳으로,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대왕참나무길이 짙은 가을을 기대하게 한다.

대왕참나무와 메타세쿼이아가 네 줄로 늘어선 공간은 아파트 숲 가운데 진짜 숲길을 만나는 행운을 선물한다. 또 억새류, 억새모닝라이트, 핑크뮬리 들 22종에 이르는 초화류를 심은 초화원은 가을만의 하늘하늘한 감성을 담아낸다.

# 다채로운 색…동탄원천로

영통구를 가로지르는 동탄원천로 가운데 매탄권선역사거리~삼성교사거리에서도 곧 진한 가을을 느끼게 된다.

영통구 매탄4지구 조성 당시 심은 커다란 느티나무 가로수길은 단풍이 들면 아름다움을 뽐내고 이팝나무, 단풍나무 같은 다양한 아목교들이 함께 있어 층층이 다채로움을 만들어 낸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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